‘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AMD가 인공지능(AI) 칩 수요에 힘입어 3분기(7~9월)에 시장 예상을 소폭 넘어서는 실적을 냈다. 다만 4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AMD 주가는 시장 외 거래에서 7% 넘게 급락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AMD의 AI 관련 매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MD는 29일(현지시각)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68억2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 특정 항목을 뺀 이익은 주당 92센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시장 평균 추정치인 67억1000만달러(약 9조3000억원)를 상회했고, 이익은 시장 예측에 부합했다. 매출총이익률(매출에서 제조 비용을 뺀 이익률)은 54%로 확대됐다.
3분기 실적을 견인한 건 AI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AMD는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쓰이는 데이터센터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2위로,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다. 3분기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5억5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240% 급증한 10억4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다만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과 비교하면 아직 8분의 1 수준이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개 분기 연속 AI 관련 매출이 2배 넘게 증가했다”며 “AI를 회사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회사 내 모든 개발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공급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수요가 여전히 높다”며 “내년엔 AI 칩 공급이 더 타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PC 칩 부문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9% 증가한 18억8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97% 증가한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를 기록했다. AMD는 또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게임 콘솔에 맞춤형 프로세서를 공급하는데, 이 같은 게이밍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4% 급감한 1200만달러(약 160억원)를 냈다. 매출은 4억6200만달러(약 6300억원)로 전년보다 69% 감소했다.
준수한 성적에도 장외 거래에서 AMD 주가는 7.63% 하락했다. 4분기 예상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AMD가 제시한 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약 75억달러(약 10조3000억원)인데, 시장 평균 추정치는 75억5000만달러(약 10조4000억원)였다. 또 AMD는 올해 AI 가속기 사업에서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월가에서는 더 큰 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미 투자 컨설팅업체 서밋인사이츠의 킨가이 찬 연구원은 “앞서 AMD 주가는 더 나은 실적과 가이던스에 맞게 책정돼 왔다”며 “이날 발표한 AMD의 전망은 투자자들에겐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올해 AMD 주가는 19.97% 상승했다. 전날에도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협업 기대에 정규장에서 3.96% 올랐으나, 장외 거래에서는 하락 폭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