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신규 D램 생산 기지로 낙점하고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청주 M15X 공장에 설비 발주를 본격화했다. 당초 예정된 일정을 앞당겨 주요 장비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일부 업체와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DS)과 달리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능 D램이 수요 대비 공급능력이 부족해 추가 설비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핵심 가스 장비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업체들에 발주를 진행했으며, 이 중에는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는 국내 회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삼성전자에 주로 납품을 하던 회사들이 설비투자 취소와 연기 영향으로 SK하이닉스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를 포함해 파운드리 등 전반적인 투자 기조가 축소되거나 백지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 연말 기준 월별 D램 생산량을 46만5000장(웨이퍼 기준) 수준으로 보고 있다. 내년 말 기준으로는 월 생산량이 올해보다 7만5000장 증가한 54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설비투자 규모도 2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의 대부분은 M15X와 용인 인프라 건설, HBM 신제품 공급을 위한 1b나노 전환과 TSV 캐파 확보, 후공정 생산능력 투자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M15X는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을 본격화할 전망이며 최선단 공정의 D램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 HBM 생산능력은 M15X가 풀가동하는 시점에서 20~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부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을 총동원해도 업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해 TSV 캐파를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렸으며 HBM3E(5세대 HBM) 공급 증가를 위한 1b 나노 전환도 계획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고객들의 HBM3E에 대한 수요 증가 속도가 기존 HBM3(4세대 HBM)보다 더 빨라지고 있어, 수요가 둔화되는 제품의 생산은 줄이고 늘어나는 HBM3E의 생산을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PC·모바일 수요가 둔화되면서 범용 D램 가격 하락 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만 HBM, DDR5, LPDDR5 등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견조해 블렌디드 ASP(평균판매단가)는 개선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 매출 구조에서 HBM 비중이 올 연말 4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Capex)가 HBM 수요 대응과 충북 청주 M15X 투자 결정으로 인해 연초 계획보다 다소 증가한 18조원 안팎이 집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는 HBM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투자와 용인 인프라 투자 지속 등으로 올해보다 늘어난 20조원 수준의 설비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수요가 회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설비투자 확대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졌다”며 “M15X 장비 반입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가동 시점도 최대한 앞당기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