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TV 시장 중 하나인 중국 TV 수요가 오르면서 하반기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됐던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TV 제조업체들이 기대보다 높은 수요에 4분기 패널 주문을 늘리고 있는 데다 그간 패널사들이 생산량을 줄이고 나섰던 효과가 겹친 것이다.

2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CD TV 패널 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계속 떨어지다가 10월 들어 보합세로 돌아섰다. 가장 대중적인 크기인 55인치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은 올 5월 136달러에서 9월 126달러로 7.3% 하락했다. 66인치 패널 가격도 올 5월 182달러에서 올 9월 172달러로 5.4% 하락했다. 당초 업계에선 4분기 패널 가격이 더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봤으나, 기존 예상과 달리 10월 하락세는 멈췄다. 옴디아는 올해 말까지 패널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고 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패널값 하락세가 멈춘 건 중국 수요가 오른 영향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소비에 15~20%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현지 TV 수요가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 인하도 소비심리를 자극했다. 중국 주요 전자제품 판매 플랫폼인 쑤닝닷컴에 따르면 10월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에너지 효율 1·2등급 TV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수혜는 대부분 중국 TV 기업들에 돌아갔다.

그래픽=정서희

이에 중국 TV 제조사들은 4분기 들어 패널을 계획보다 더 사들이고 있다. 중국 최대 TV 업체 TCL과 하이센스는 4분기 LCD TV 오픈 셀(구동 회로와 백라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LCD 패널) 구매 계획을 각각 630만대에서 700만대로, 650만대에서 660만대로 높였다. 강정두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실수요가 자극됐고, 55인치에서 65인치, 75인치, 85인치로 수요가 옮겨간 데 이어 100인치 초대형 TV 구매력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내에서 200만대 이상의 TV 수요가 새로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높아 중국 패널사들의 가동률이 예상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LCD TV 패널은 중국 패널업체들이 수급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다. 2018년까지 시장의 30%를 차지했던 중국 패널사들의 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66%까지 올라왔다.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한 중국 패널 제조사들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10월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었다. 당초 10월 내 공장 가동을 2주 동안 멈출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패널 주문이 늘자 패널사들은 기존 2주 감산 계획을 1주로 줄이고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강 수석연구원은 “중국 패널사들은 올 상반기 춘절 휴가 기간에 가동률을 줄이면서 가격 하락을 방어한 경험이 있어 이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가동률을 높이더라도 내년 춘절에도 감산을 검토하고 있어 중국 패널사들이 공급과 가격을 흔드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 등 프리미엄 TV 구매 비율이 높은 선진 시장의 수요가 지지부진해 내년에도 패널 가격이 크게 반등할 확률은 낮다고 옴디아는 내다봤다.

모니터와 노트북용 LCD 패널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개월째 제자리를 맴돌던 가격이 더 떨어지는 추세다. 올해 모니터용 LCD 패널 출하량은 작년보다 7%가량 늘어나는 반면 모니터 완제품 출하량은 약 4%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패널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앞서, 패널업체들의 수익성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패널사들은 저가 물량 공세로 TV용 LCD 시장을 장악했듯, 모니터와 노트북 LCD 패널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적자를 보면서도 생산 물량을 계속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