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로고./조선DB

퀄컴과 ARM의 설계자산(IP) 라이선스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이번 분쟁을 계기로 퀄컴과 ARM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 및 차세대 제품 설계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수급 계획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퀄컴이 설계하는 AP는 내년 출시될 갤럭시S25 프리미엄 제품군에 전량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퀄컴과 ARM의 라이선스 분쟁이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퀄컴이 지난 2021년 인수한 누비오가 자체 개발한 IP가 적용된 AP 신제품 스냅드래곤 8 4세대를 공개하자, ARM은 퀄컴이 자신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기초 설계 저작권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퀄컴은 “ARM이 오랜 파트너를 압박하고 있고 취소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맞서 법적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퀄컴과 ARM은 오랜 기간 서로 협력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동맹 관계’였다. 그동안 퀄컴은 ARM이 제공하는 IP를 활용해 모바일 AP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했고, 인텔이 장악하고 있던 PC용 프로세서 시장도 넘보고 있다. ARM도 퀄컴의 성장세에 힘입어 IP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퀄컴이 2021년 애플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반도체 설계 업체 ‘누비아’를 인수하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퀄컴이 누비아가 개발한 아키텍처를 차세대 제품에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ARM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ARM은 누비아 역시 자사의 IP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퀄컴의 누비아 인수는 사실상 기술 침해라고 주장하며 퀄컴과 소송전을 벌여왔다.

두 기업 간 분쟁이 격화되자, 퀄컴의 AP 주력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라이선스 해지 통보가 발효되면 약 390억달러의 퀄컴 매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퀄컴 AP의 주력 고객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퀄컴 AP 판매가 중단되거나, ARM과 관계 악화로 퀄컴이 차세대 제품 설계에 차질을 빚게 되면 AP 수급 계획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AP는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부품 중 판매 단가가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업계 처음으로 생성형 AI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며 승부수를 띄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성능 AP의 안정된 수급은 필수다. 특히,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설계한 엑시노스2500의 설계 결함 및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율 문제로 탑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퀄컴의 AP 공급 차질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달리 자체 설계한 AP ‘A18′ 시리즈를 아이폰16 시리즈에 탑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P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파운드리 최첨단 공정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라며 “그동안 프리미엄 제품 라인에 퀄컴 스냅드래곤과 자사 엑시노스 시리즈를 탑재해 오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분쟁이 상당히 골치 아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