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달리3

애플이 23일(현지시각) 자사 인공지능(AI) 애플 인텔리전스 시험판 버전을 공개한 가운데, 경쟁사들의 AI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는 ‘혁명이 아닌 진화’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생성형 AI ‘챗GPT’가 탑재되는 업그레이드된 버전도 연내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 주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OS) iOS 18.1을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정식 출시한다. iOS 18.1엔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들어가지만, 지난 6월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시연했던 이모지 생성 기능, 챗GPT와의 완전한 통합, 음성비서 시리(Siri)의 메모 기능 등은 들어가지 않는다.

WSJ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직 똑똑하지 않은데, 애플은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면서 “(애플 인텔리전스는) 할리우드 리메이크작과 같다. 더 고급스러운 특수 효과처럼 보이지만, 줄거리 자체는 고전(기존 AI 휴대폰)과 동일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시리는 기본 명령(타이머, 날씨, 음악 등)에 가장 적합하며 종종 ‘웹에서 찾은 내용은 이렇습니다’라고 되뇌이는 수준인데, 챗GPT 통합으로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즉답을 피하면서도 “어떤 물건을 내놓는 데만 집중하면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면서 “애플의 관점은 ‘작품을 내놓을 때는 준비가 됐을 때 공개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능들 중에선 아이폰 역사상 처음으로 통화 녹음이 가능해진 것을 비롯해 AI가 알아서 녹음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AI 음성비서 ‘시리’를 사용할 때 사용자가 문장을 말하다가 실수하면 문맥을 파악해 말하려던 바를 다시 알려주도록 업그레이드됐다는 점 등이 전작과 다른 특징으로 꼽힌다. 이 밖에 사진에서 원하지 않는 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도구도 추가됐다. 사진 앱에서 ‘클린 업’을 선택한 후 제거하고 싶은 물체나 사람을 탭하면 기기 내 생성형 AI 모델이 작동한다.

외신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챗GPT와의 첫 통합이 기대된다”면서도 “시리를 통해 기사 요약, 타이핑 등의 AI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프리미엄 계정이 없으면 GPT-4를 포함한 모델 사용 횟수는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CNBC는 “애플 인텔리전스에 탑재될 챗GPT가 휴대폰의 카메라를 통해 직접 텍스트나 물체를 식별하고 표지판을 실시간으로 번역할 수 있는 기능은 유용해 보인다”고 평가했으나,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다고 봤다.

JP모건의 새믹 채터지지 애널리스트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언어 제공 등과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시간 계획도 내놓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에게 언제부터 광범위하게 서비스가 제공될 지는 여전히 모호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AI 적용 측면에선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애플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당장 중국에서는 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어판 버전이 출시된다고 해도 중국 당국이 애플 AI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속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는 22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에서 독립한 자사 하모니OS의 다섯번째 개정판인 ‘훙멍(鴻蒙·Harmony) OS 넥스트’를 공개했다. 2019년 8월 처음 출시된 하모니 OS는 일종의 오픈소스 운영 체제로,미국의 제재가 심해지자 3개월 만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OS다. 개정판에서는 자체 AI가 내장되어 있어 AI를 활용한 번역, 각주, 사진 편집 등이 가능하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Honor)’도 23일 안드로이드 기반의 AI에 강점을 지닌 매직OS 최신판을 공개했다. 오는 30일에는 AI 기능으로 무장한 매직7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내년 초에는 자사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애플 주가는 이날 오히려 전 거래일 대비 5.10달러(2.16%) 하락한 230.76달러로 마감했다. 애플이 자사 제품 생산량을 크게 줄였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애플이 지난달 출시한 아이폰 16의 생산량을 내년 상반기까지 약 1000만대 줄였다”고 밝혔다. 그는 “4분기 아이폰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0만대 줄었고, 내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300만대, 700만대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