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제재 대상인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를 전달한 고객사 한 곳에 대해 제품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각) 익명의 대만 당국자를 인용해 TSMC 측이 해당 고객사에 공급한 칩이 최종적으로 화웨이 제품에 사용된 것을 확인했으며, 약 2주 전인 이달 11일께부터 이 고객사에 대한 공급을 중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대중국 반도체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TSMC 측이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미국과 대만 정부에 알렸다는 것이다.
앞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최근 몇 주간 TSMC 측에 화웨이용 인공지능(AI)·스마트폰 칩 제조에 관여했는지 문의했다고 17일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가 이름이 다른 중개회사를 내세워 주문을 대신 넣는 방식으로 TSMC로부터 우회적으로 칩을 구매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미 상무부가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전날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가 화웨이의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을 분해한 결과 TSMC 프로세서를 발견하고 이를 TSMC 측에 알렸으며 TSMC도 이를 미 상무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지난 2020년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화웨이가 미 상무부의 승인 없이 미국 기술을 이용해 칩을 만드는 것도 막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중신궈지)가 만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대중국 제재에 구멍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측은 SMIC가 7nm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해왔는데, 이번 일로 이러한 의구심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전날 TSMC 측은 “미 상무부와 적극 소통하고 있지만 TSMC가 이번에 조사대상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고, 화웨이 측은 2020년 미국 제재 이후 TSMC를 통해 칩을 생산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