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미국의 수출 규정을 어기고 ‘블랙리스트’ 기업인 중국 화웨이를 위해 인공지능(AI)·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만들었는지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7일(현지시각) 2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최근 몇 주간 TSMC 측에 화웨이용 스마트폰·AI 칩 제조에 관여했는지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조사는 초기 단계이며, 상무부가 자료를 확보하고 결론을 내리는 데 얼마나 걸릴지 등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소식통들은 화웨이가 이름이 다른 중개회사를 내세워 주문을 대신 넣는 방식으로 TSMC로부터 우회적으로 칩을 구매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미 상무부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TSMC가 주문을 받을 때 고객사에 대한 실사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이 엔비디아 칩의 대중국 수출을 막으면서 중국 기업들은 대체재로 화웨이가 만든 AI 서버 칩을 쓰고 있는데, 화웨이가 설계한 AI 칩 제조에 TSMC가 관여했는지 여부가 주요 조사 대상이다. 또 TSMC가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 가운데 일부를 만들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타격을 받았지만,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중신궈지)가 만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 ‘메이트 프로 60′을 출시해 시장을 놀라게 한 바 있다.
TSMC는 수출통제를 포함한 모든 관련 법률·규정 준수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문제 소지가 있을 경우 “신속히 조사를 진행하고 관계당사자와 선제적으로 소통하는 등 법률 준수를 위해 신속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가 TSMC가 화웨이와의 거래에서 미국 수출 규정 위반을 확인할 경우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인 접근 제한이나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미 상무부는 시게이트테크놀로지가 화웨이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 기술을 판매한 혐의로 벌금 3억 달러(약 4113억원)를 부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