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임업계가 인력을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 세계에서 1만여명의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현지시각)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팀 일부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개발팀 27명과 퍼블리싱 팀 5명이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진행 중인데, 올해 최고의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팀을 가리는 국제 대회를 치르는 중에 일부 직원을 해고한 것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올해 초에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전체 임직원의 11% 규모인 530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레이딩 카드 게임 ‘레전드오브룬테라’의 개발팀 규모가 줄었고, 자체 퍼블리싱 브랜드였던 ‘라이엇포지’도 정리됐다. 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다만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엇게임즈 공동 창립자인 마크 메릴(Marc Merrill) 최고상품책임자(CPO)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리그오브레전드가 앞으로도 15년 이상 훌륭한 게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적절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고된 직원에 대해서는 최소 6개월치 급여, 연간 보너스, 취업 알선 지원, 건강 보험 등이 포함된 퇴직금 패키지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자회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최근 모바일 게임 부문 직원 400여명을 이달 중 해고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회계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인사 책임자, 게임 PD, 게임 디렉터 등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하는 게임 사업 부문 구조조정의 여파로 해석된다.
앞서 MS는 올해 1월부터 엑스박스, 제니맥스 등의 직원 1900여명을 해고하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후 아케인 오스틴, 알파독 게임즈, 탱고 게임웍스 등 게임 스튜디오를 연달아 폐쇄하고 최근에도 65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최대 게임사 유비소프트는 올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4월에는 한국 지사를 폐쇄하기도 했다. 기대작이었던 ‘스타워즈: 아웃로’는 흥행에 실패했고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는 출시가 연기돼 당분간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텐센트의 유비소프트 인수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달 초 유비소프트의 지주회사인 기예모 브라더스 유한회사와 중국 텐센트가 회사 인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이유는 엔데믹 이후 게임 산업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사의 해고 소식을 취합하는 사이트인 게임 인더스트리 레이오프(GameIndustry Layoffs)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올해 상반기 해고자 수는 1만800명에 달한다. 반기만에 지난해 총 해고자 수인 1만500명을 넘어선 것이다. 해당 사이트는 뉴스 등을 취합해 집계하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중소형 게임사들이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