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게이밍 노트북 ‘오멘’ 시리즈를 앞세워 국내 게이밍 PC 시장에서 7개 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지난 2020년만 해도 게이밍 PC 시장 점유율이 1.5%에 불과했지만 오멘 시리즈의 성능을 높이면서 국내 게이머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HP의 올 1분기 게이밍 PC 시장 점유율은 37.4%에 달했다. HP 제품이 왜 게이밍 PC 시장에서 인기인지 직접 게이밍 노트북 ‘오멘 16 슬림(Slim)’을 체험해 봤다.
제품을 처음 꺼내 들어 게임을 실행했을 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고사양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게임 마니아들에게 제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오버워치와 같은 초고속 고사양 1인칭 슈팅 게임(FPS) 게임을 플레이하면 캐릭터의 빠른 동작이 일그러짐 없이 세세하게 포착됐다. 캐릭터가 포탄을 터뜨리거나, 총격을 가하는 순간에도 색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HP는 게임 성능을 높이기 위해 오멘 슬림 16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을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지포스 4070 GPU를 적용할 경우 인공지능(AI)이 게임 화면이 깨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픽셀을 재구성해 현실감 있는 프레임을 생성할 수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은 오멘 슬림 16과 유사한 가격대로 출시된 게이밍 노트북에 탑재되는 그래픽카드 중 화질 구현과 전력 대비 성능 효율(전성비)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멘 16 슬림이라는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HP는 이 제품을 출시하며 경량화에 무게를 뒀다. HP 오멘 16 슬림의 두께는 19.9㎜로, HP의 기존 16인치급 게이밍 노트북 대비 12% 더 얇아졌다. 강도가 높으면서 가벼운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 재질을 적용해 무게도 2.1㎏까지 줄였다. HP는 이전 세대 대비 무게가 14% 가벼워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체감하는 무게는 부담스러웠다. 지난 세대와 비교해 무게·두께를 줄였지만, 범용 노트북으로 휴대하기에는 무겁다. 노트북 가방에 넣고 30분만 이동해도 어깨에 무리가 갔다. 같은 크기 화면의 제품인 LG 그램 등 초경량 노트북이 1.1㎏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오멘 16 슬림은 16:10 화면 비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부착된 모니터로 몰입감을 높였다. 디아블로와 오버워치 등 고사양 게임을 선명한 화질로 즐길 수 있었다. 16:9 비율로 출시됐던 이전 세대와 달리 HP 노트북 최초로 16:10으로 선보여 보다 시원한 화면을 제공한다. 가로 화면 비율이 넓다 보니, 풋볼매니저(FM)와 피파온라인 등 시야가 중요한 게임도 답답함 없이 실행할 수 있었다. 게이밍 노트북답게 키보드에 백라이트 조명 기능을 적용, 게임에 주로 사용되는 글자판을 사용자가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다른 색 조명으로 구분했다.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기기가 뜨거워지고, 시끄러운 냉각 팬 소음이 나는 일반 노트북과 달리 2시간 이상 게임을 진행해도 발열·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HP는 오멘 텐페스트의 냉각 기술로 네 면의 통풍구가 공기 흐름을 34%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수명도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최대 20% 더 길어졌다. 완전히 충전된 상태로 고사양 게임을 2시간 이상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다. 배터리가 고갈돼도 고속 충전 기능으로 약 30분 만에 50%까지 충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HP 브랜드스토어 기준 현재 판매가가 325만원이다. 에이수스와 MSI 등 경쟁사에서 출시한 비슷한 사양의 노트북은 200만원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HP는 경량화를 통해 게임 범용 노트북을 선호하는 소비자들까지 겨냥하겠다고 밝혔지만, 휴대성과 가격을 고려할 때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용자들이 선택할 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