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을 외치는 통신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력과 스마트홈 서비스 등을 앞세워 1500만 반려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펫스케어(펫+헬스케어) 시장의 키워드가 반려동물의 예방과 웰니스로 진화하면서 국내에서 기반을 다진 다음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겠다는 전략이다.
◇ “우리 고양이 어디가 아프지?”… 15초 만에 반려동물 엑스레이 사진 분석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지난 2022년 9월 시작한 AI 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 사업은 현재 약 800개 병원에 적용돼 유료 구독 모델 계약을 마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엑스칼리버를 담당하는) DX사업추진팀에는 12명의 전문가가 활동 중”이라면서 “AI 진단 보조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추가로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엑스칼리버는 동물병원에서 촬영한 반려동물 엑스레이 사진을 ‘벳(VET)’이라는 AI 프로그램에 넣어 분석하면 평균 15초, 늦어도 1분 안에 개·고양이의 질병 분석 및 판단을 해준다. 수의사가 이를 참고해 근골격계 질환 7종, 흉부 질환 10종, 복부 질환 16종, 심장 자동계측 등 총 45종의 질병을 최종 판단할 수 있다.
엑스칼리버를 도입한 곳은 서울 그레이스동물병원, 서울 SNC 동물메디컬센터 등 국내 뿐 아니라 캐나다 반려동물 의료장비업체 뉴온앤니키(Nuon&Nikki), 말레이시아 반려동물 의료장비 유통사 마이벳케어(Myvetcare), 인도네시아 메디벳(Medivet) 동물병원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엔 미국 수의영상장비 유통사 마이벳이미징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북미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의료와 관련된 비전 AI 기술(이미지 인식) 시장의 성패는 정확도와 시간에 비례한다”면서 “기술 자체의 판독률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시장에서 상품화하는 능력도 중요한데 유통사(통신사)의 역할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이어 “AI를 접목한 미래 먹거리 창출을 고민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신규 가입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반려동물 모니터링+사료 급여기 등 결합 요금제로 제공
LG유플러스와 KT도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부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반려동물 전용 스마트홈 서비스를 요금제와 연동해 제공 중이다. 보호자 외출 시 노즈워크 활동과 소음 적응 훈련을 돕는 장난감 ‘펫토이’와 반려동물 모니터링 홈CCTV ‘맘카’, 반려동물 전용 사료 급여기인 ‘원격급식기’ 등이 있다. 펫토이는 3년 약정 기준 월 1만1000원짜리 ‘펫케어 스탠다드’ 상품으로 판매된다. LG유플러스 초고속인터넷 또는 5만원 이상 모바일 요금제와 약정 결합(3년)하면 월 8800원에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반려가구 커뮤니티 플랫폼 ‘포동(Podong)’을 운영 중인데, 지금까지 네 차례 이벤트를 진행해 완판 행진을 보였다.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제주항공과 협력해 반려견 동반 전용 비행기 티켓을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KT는 반려동물 전용 TV 프로그램 ‘지니TV 왈 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반려견 활동량을 분석하는 ‘IoT 웨어러블’과 적정 사료량 급여 등이 가능한 ‘자동급식기’를 덤으로 제공하는 ‘반려견 디바이스팩’ 요금제를 월 9만~11만원에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에 월 1만원을 추가하면 ▲질병 통원비 ▲입원비 ▲수술비 등 반려견 의료비를 연 13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페보 반려견 케어플랜 등도 제공한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 시장이 초기이다 보니 고가 상품 사용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통신사에서 반려동물 관련 부가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약정 등을 고려하면) 일반 시장의 제품이 더 저렴할 수 있다”라고 했다. KT 펫케어 요금제의 경우, 2년 약정 기준 240만원이 넘지만 별도 구매시 앱 연동 자동 급식기는 10만~15만 원, 웨어러블은 5만~10만원 수준에서 구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