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라인 중 일부 선단 공정 설비를 아예 꺼버리는 ‘셧다운’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제조 시설을 먼저 지은 뒤 주문을 받는 ‘셀 퍼스트’ 전략이 과잉 투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설을 추진 중이던 평택캠퍼스 P4, P5 공장에 예정됐던 파운드리 발주도 보류되거나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2, P3 공장의 파운드리 라인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 7㎚ 생산 라인의 설비를 30% 수준 셧다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라인으로 건설을 추진하던 P4, P5 공장 등의 장비 반입도 미뤄지면서 사실상 추가 설비 투자도 중단됐다.
P3 공장은 12만 8900㎡(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반도체 생산 라인이다. 해당 D램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해당 라인에 총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3는 P2 라인보다 1.5배 가량 규모가 큰 생산 기지로 올해 초 파운드리 설비 셋업이 완료됐다.
저조한 수주 물량과 지속되고 있는 적자 구조에 생산 라인 구축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셧다운’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는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한 번 끄게 되면 정상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주문 물량이 없더라도 가동률을 낮추는 정도”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선단 공정 라인에서 30% 가까이 설비를 아예 꺼버리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무리한 파운드리 투자가 실책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객사 확보 전략과 양산 공정 안정화 등이 미비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생산 능력을 확장하며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도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약 54조원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강성철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자신감 있게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결국 퀄컴과 애플 등 대형 고객사를 유치 못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서 그동안의 과도한 투자가 실책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장비 가동 상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