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자율주행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자사 차량용 반도체 플랫폼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지만,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알리바바 클라우드에 따르면 회사는 중국 항저우에서 진행된 ‘압사라 컨퍼런스(Apsara Conference)’에서 전기차 자율주행 시스템을 위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엔비디아의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AGX 오린 플랫폼’을 통해 구동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와 관련해 “자율주행 분야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엔비디아가 SoC 플랫폼 관련 협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와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를 중국 전기차 기업에 AI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급할 계획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엔비디아의 ‘AGX 오린’ 플랫폼으로 구동하는 방식이다. AGX 오린 플랫폼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rm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등으로 구성된 SoC 반도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SoC 플랫폼을 바탕으로 LLM을 구동하기 위한 연산 처리 비용과 지연 시간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SCMP는 “이는 중국 전기차 기업 리오토와 트럭 제조사인 그레이트 월 모터스(장성자동차), 샤오미 전기차 사업부 등에서 출시를 준비 중인 전기차에 탑재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엔비디아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20%대 중반에서 10% 안팎으로 줄었지만, 중국 정부가 AI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제재 범위 밖에 있는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생성형 AI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2022년 6억달러(약 8000억 원)에서 연평균 86.2% 성장해 2027년 130억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분야 외에도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저사양 AI 가속기 H20을 올해 2분기부터 양산해 중국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 산업도 미국이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 같은 규제가 향후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21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핵심 통신·자동 운전 시스템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미국 내 수입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오는 2027년 출시되는 모델부터 중국산 소프트웨어를 금지하고, 오는 2029년 1월 또는 2030년식 모델부터 하드웨어까지 규제할 예정이다. 금지 대상에는 블루투스와 위성·무선 기능이 탑재된 차량, 고성능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규제는 자율주행 차량에 수집된 운전자 데이터를 중국 기업이 활용하는 것과 관련한 우려가 지속 제기된 데 따른 조치인 것으로 추정된다.
남정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AI 기반 자율주행은 통신 기술과 사용자 데이터, 고성능 반도체가 모두 요구되는 첨단 기술 분야”라며 “중국 시장을 겨냥한 기술이라도, 성장 속도가 미국 산업 및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미국 정부에서 당연히 수출 규제와 같은 제재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