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룽손 테크놀로지가 내년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를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양산한다. 룽손 테크놀로지가 지난해 출시한 12㎚ 공정 기반 CPU가 ‘중국 내수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성능을 20%가량 개선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3일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룽손 테크놀로지는 최근 진행된 투자자 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 7㎚ 공정을 적용한 CPU ‘3B6600′을 테이프 아웃(Tape-Out·시제품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격 대량 양산은 내년 하반기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후 웨이우(Hu Weiwu) 룽손 테크놀로지 회장은 “신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단일 코어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룽손 테크놀로지는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 자립을 위해 설립됐다. 룽손 테크놀로지는 지난 2001년 중국 과학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중국과학원 산하 반도체 연구팀에서 출발, 2010년 기술 상용화를 위해 분사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CPU뿐만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룽손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SMIC 12㎚ 공정으로 양산된 것으로 알려진 ‘3A6000′ CPU를 공개했다. 당시 룽손 테크놀로지는 인텔과 AMD 등 글로벌 기업 제품에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성능은 2020년 출시된 인텔 코어 i3-1010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이유로 롱손 테크놀로지 CPU는 중국 내수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룽손 테크놀로지는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7㎚ 공정 CPU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룽손 테크놀로지는 CPU 신제품에 단순히 7㎚ 공정을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CPU에서 연산 작업을 수행하는 코어 성능 개선 등을 통해 기존 제품 대비 성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룽손 테크놀로지가 공개한 기술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에 공개되는 제품 성능은 직전 세대와 비교할 때 20%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계획대로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실제 양산 단계에서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룽손 테크놀로지가 화웨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과 함께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지정한 무역 제재 대상인 ‘수출 통제 명단’에 올라 SMIC를 통해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파운드리 공정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심자외선(DUV) 장비가 모두 수출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룽손 테크놀로지는 “미국의 제재는 룽손의 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파운드리 7㎚ 공정을 평가 중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TSMC의 수주 거부에 SMIC 7㎚ 공정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양산한 화웨이처럼, 룽손 테크놀로지도 CPU를 SMIC를 통해 양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MIC 7㎚ 공정을 통해 해당 제품을 양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EUV 장비뿐만 아니라 DUV 장비에 대한 통제도 강화돼 양산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