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각) 애플이 첫 AI(인공지능) 스마트폰인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하자 삼성전자가 곧바로 갤럭시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원(One) UI 6.1.1 업데이트를 배포하면서 AI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전 세계 갤럭시S24 시리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원 UI 6.1.1 업데이트 배포를 완료했다. 지난 5일 한국 등 일부 지역에 업데이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한 뒤 4일 만에 이뤄졌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S24 사용자들은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6∙플립6′에 탑재된 원 UI 6.1.1이 지원하는 새로운 ‘갤럭시 AI’를 사용할 수 있다. 이전 버전과 비교해 실시간 번역과 AI 기반 이미지 생성 같은 기능들이 추가됐고, 대화 요약 기능도 더 발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구형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갤럭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갤럭시 AI를 갤럭시S23 및 갤럭시S22 시리즈, 갤럭시Z폴드4, Z플립4와 같은 이전에 출시된 기기들에도 순차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갤럭시 AI는 16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계획은 애플이 아직 아이폰에 완전한 생성형 AI 기능 도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애플이 애초부터 생성형 AI 생태계에서 아직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와 비교했을 때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새로운 생성형 AI 서비스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iOS 18.1 베타 버전은 다음 달 제공될 예정으로, 모든 기능은 오는 12월 출시하는 iOS 18.2 버전에서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텍스트 요약 ▲이미지 생성 ▲검색 결과 추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초기 기능 도입 지연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바로 교체 결정을 내리기에는 충분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바룬 미슈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이날 애플의 아이폰16 발표 직후 “현재로서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제공되는 대부분의 사용 사례가 사용자가 기기를 일찍 업그레이드하도록 유도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애플에 따르면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은 우선 영어로만 제공하고 내년부터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어 제공 시점은 미정이다.
특히 애플이 유럽연합(EU) 등에서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에 따른 규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는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도입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애플 주가는 1% 이상 하락했다”며 “이는 AI 중심 제품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내 AI 스마트폰 비중은 11%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스마트폰 비중은 오는 2027년 43%까지 확대되며 출하량이 5억5000만대를 넘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