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하지만 3분기(8~10월) 매출 가이던스가 높지 않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세대 AI 칩 블랙웰(Blackwell)의 초기 설계 문제와 출하시기 지연에 대해 간접적으로 인정하면서 올 하반기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에 300억달러(약 40조원)의 매출과 0.68달러(909원)의 주당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전망한 월가 예상치(매출 287억달러, 주당순이익 0.64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분기 매출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287억달러)를 상회했지만, 전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매출액 성장률이 200%를 넘어섰던 것과 달리 이번 분기 성장률은 122%에 그쳤다. 2025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 가이던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0% 늘어난 325억달러를 제시했지만, UBS 등 일부 투자은행들이 기대했던 330억~34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버블론' 우려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버블론의 진원지는 지난 6월 세쿼이아캐피털이 공개한 'AI의 6000억달러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빅테크가 AI 기술 투자 비용을 거둬들이려면 올해 적어도 6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실제 예상되는 AI 관련 매출은 100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대부분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나왔다. 전년 대비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155% 증가했다. AI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성장과 수익 창출에서 엔비디아가 과도하게 데이터센터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업계 '게임 체인저'로 내세우고 있는 차세대 AI 칩 블랙웰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아직 해소하지 못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블랙웰 오류와 관련해 "마스크(mask)에서의 변화는 완료됐다. 기능적 변화는 필요 없다"며 "4분기에 생산을 시작한다고 말했을 때 출하한다는 의미였지 출하를 시작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달 초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블랙웰이 생산 과정에서 발견된 결함 때문에 출시가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춰져 내년 1분기까지는 대규모로 출하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황 CEO의 설명은 이 같은 보도를 일축하려는 의도였으나, 사실상 일부 설계상의 문제가 있었으며 출하 시기 역시 시장의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황 CEO는 4분기에는 블랙웰 매출 규모가 "수십억달러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H100 등) 호퍼 칩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며 블랙웰에 대한 기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웰이 출하될 때까지 충족해야 할 수요가 많다"며 "호퍼가 이를 채워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블랙웰의 출시가 향후 엔비디아의 성장성을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랙웰의 출하 시기, 출하량 규모, 성능 등이 구글, 아마존, 메타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AI 버블론을 부추기고, AI 반도체 맹주인 엔비디아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7% 넘게 하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