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등 해외 기업들이 독식해 오던 통신칩 분야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아나패스의 관계사인 GCT세미컨덕터가 올해 들어 굵직한 성과를 내며 신흥 강호로 부상하고 있다. GCT는 초고속 무선 통신용 반도체를 주사업으로 하는 팹리스(설계전문) 반도체 회사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CT는 최근 삼성전자와 4G·5G 칩셋 모듈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일본 최대 전자부품 기업 중 하나인 교세라 등과 5G 플랫폼 공동개발 상용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통신용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또 연내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버라이즌에 5G 통신용 칩셋 납품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 세계 각국 주요 통신사에 통신칩 공급
GCT는 한국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전문기업 아나패스의 관계사다. 아나패스를 설립한 이경호 대표가 1998년 미국에서 창업했다. 통신용 반도체를 설계하며 T모바일, 버라이즌, AT&T 등 글로벌 통신사와 협력해왔다. 미국 본사, 한국 연구소, 일본 지점, 대만 지점을 포함해 130여명의 직원을 두고 한국에 80여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GCT 기술의 핵심 요소는 GCT의 노하우와 120개의 보유 특허로 개발된 GCT의 통신용 반도체(CMOS RF 칩과 OFDM 모뎀 칩)다. 세계 1위 통신용 반도체 회사인 퀄컴보다 2배 가까이 넓은 수신(coverage) 성능을 구현하는 한편 기지국 설치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세계 유수의 무선 사업자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GCT는 현재 주력으로 4.5G, 4.75G LTE 제품을 전 세계 주요 사업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개발 협력 및 계약을 통해 4G/5G 표준과 밀리미터파 및 서브(sub)-6GHz를 모두 지원하는 5G 칩셋 제품을 개발 완료해 올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최근 교세라와의 협력 계약을 통해 5G 사업 영역을 일본 포함한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GCT는 앞서 위성과 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미국 전역에 기업 물류망을 제공하는 통신 사업자인 리가도(Ligado)와 4G 및 5G 모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상과 상용 비행 기간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 사업자인 고고(Gogo)사의 기지국과 단말 솔루션 공급업체인 에어스팬과 4G 및 5G 기반 ATG(Air-To-Ground)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는 칩셋 및 설루션 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4G/5G 네트워크 생태계 구축, 촉진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GCT와 아람코는 단순한 통신용 반도체 칩셋 지원만이 아닌 모듈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산업용 5G 단말기 보급에 이르기까지 협력 관계를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산업용 5G 단말 상용화 및 다른 시장으로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 통신”
팬데믹 사태 이후 비대면 접촉이 일반화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을 제외한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초고속 광케이블망이 미비해 유선 인터넷 망 업그레이드시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유선 인터넷에 비해 확실한 비용 절감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다수의 정부가 ‘무료 주파수(Unlicensed Band)’를 전국망으로 지원해 국가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초고속 무선 인터넷(Wireless Broadband) 확장을 지원 중이다. 실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예산 2500조원을 들여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버라이즌은 이에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대부분의 가정에 가정용 무선 모뎀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약 5000만대의 가전용 무선 통신칩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타버스 역시 초고속 무선 인터넷 기술이 핵심이다. 가상 세계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메타버스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은 5G/4.75G 기반의 초고속 무선 인터넷 기술이라고 GCT는 강조했다. 해당 분야에서도 GCT가 보유한 5G, 4.75G, 4.5G 통신용 반도체 핵심기술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GCT의 5G 칩은 고정형 무선 FWA 인터넷 서비스 시장과 기업, 기관, 공공 등을 대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5G 기반 기업 사설망을 목표로 하고 있다. GCT 관계자는 “연간 50%씩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양대 시장에서 최적화된 기능, 높은 성능 및 낮은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