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노팅엄 HP 첨단 컴퓨팅 솔루션 부문 수석부사장./HP

글로벌 PC 기업들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2위 PC 제조사인 HP도 예외가 아니다. 짐 노팅엄 HP 첨단 컴퓨팅 솔루션 부문 수석부사장은 19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AI를 개발하는 걸 돕거나, AI를 활용해 창작하는 걸 돕는 데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며 “이에 HP는 AI 솔루션으로 소비자들이 AI의 강력한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기술과 기기를 제공하는 걸 넘어서서 AI를 활용한 ‘창작 허브’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다.

HP에서 데이터사이언스 사업을 이끄는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다음달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4′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AI(Future Ready AI)’를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선다. 그는 “AI는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고 즐기는 방식을 전부 다 바꿀 것이며 컴퓨팅 생태계도 이에 따라 확 변화할 것”이라며 “AI가 어떻게 개인 컴퓨팅을 변화시키고 혁신의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AI의 주요 트렌드를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데, 클라우드와 에지(Edge·말단 기기), 로컬 기기 내 추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은 더 빠르고 저렴하고 안전하다”며 “이제 핵심은 AI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미 유타 주립대에서 전기공학 학·석사를 마친 뒤 1992년 HP에 R&D 엔지니어·설계자로 입사했다. 30여년간 HP에 몸담아온 그는 5년 전 HP프린팅코리아 대표직을 역임했다.

AI가 촉발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HP는 ‘AI 크리에이션(creation·창작) 센터’를 구축하는 등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HP AI 창작 센터는 이용자들이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대규모 데이터 처리, AI 모델 학습 등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HP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다른 주요 AI 회사들과 협력해 이런 AI 센터를 조성하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은 이용자의 AI 작업량에 맞춰 강력하고 효율적인 AI 워크스테이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팅엄 수석부사장은 AI 생태계에서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AI 신뢰도와 정확도를 높일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AI 모델 평가 스타트업인 ‘갈릴레오’와 협업해 AI가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 현상을 탐지하고 교정하는 기능을 AI 개발 플랫폼인 Z by HP AI 스튜디오에 포함했다”고 소개했다. AI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들이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중에 AI 모델에서 발생하는 편향 문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실험할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 밖에도 글로벌 기업들과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협력이 더 있는데, 곧 새로운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AI가 많은 컴퓨팅을 비롯한 전반적인 삶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지만, 그는 30여년간 HP에서 근무하면서 지금이나 예나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노팅엄 부사장은 “기업의 혁신은 고객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아는 데에서 비롯된다”이라며 “이에 나 역시 고객이 하는 작업과 사용하는 워크플로(업무 과정)를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간을 들여 얻은 통찰력은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곳에 투자하도록 이끄는 데 도움이 됐다”며 “오직 고객만이 무엇이 가치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장치와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