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SK그룹 제공

류성수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19일 “M7(매그니피센트7)에서 모두 찾아와 HBM 커스텀을 해달라는 요청사항이 나오고 있다”며 미국 빅테크와의 협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M7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를 의미한다. 이들 기업이 모두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을 맞춤형 제품으로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 부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4′에서 “주말에도 M7 업체들과 콜(전화)을 진행하며 쉬지 않고 일을 했다”며 “그들(M7)의 요청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한국 전체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엔지니어링 리소스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려고 다방면으로 뛰어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업계 처음으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고객사 맞춤형(커스텀) 요구가 많아지는 6세대 HBM(HBM4)의 경우,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한 12단 제품을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고, 16단 제품은 2026년 수요 발생 시점에 맞춰 출시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류 부사장은 “커스텀 제품과 관련한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등 패러다임 시프트의 큰 전환점에 직면했다”며 “그 기회들을 잘 살리면서 메모리 사업을 지속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류 부사장은 메모리 업계 전망과 관련해 “지금 잘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엔비디아)가 지속적으로 주도해가거나 다른 업체가 주도하더라도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와 고용량 제품은 끊임없이 필요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저희(메모리 제조업체)가 특정 업체에 연계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스펙을 만들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GPU 업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업체도 당분간 HBM을 메이저(주력) 솔루션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중심으로 AI 하드웨어 인프라와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30배의 성능이 나오고 저전력을 달성할 수 있는 차별화한 제품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