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한국이 대만으로 수출한 메모리 반도체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225% 급증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주요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물량이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이 대만에 수출한 메모리 반도체는 작년 동기보다 225.7% 증가한 42억6000만달러(약 5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율(88.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대만 TSMC에 들어가는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납품용 HBM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TSMC에서 AI 가속기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에 TSMC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SK하이닉스 등의 HBM을 넘겨받아 대만 공장에서 이를 패키징해 최종 AI 가속기를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SK하이닉스는 특정 고객별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지난달 25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시장 급성장으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 대상 지역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위상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2018년 이후 대만은 줄곧 한국의 5위 메모리 반도체 수출 지역이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는 베트남, 미국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