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인텔 본사./인텔 제공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 생산량 부족에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를 대안으로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패키징 기술이 파운드리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가운데, 고객사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물량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텔에 패키징 솔루션을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TSMC만으로는 양산 물량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엔비디아 제품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TSMC는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TSMC의 3나노(㎚) 등 첨단 미세공정과 고사양 반도체 패키징 서비스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엔비디아와 애플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가 TSMC 3㎚ 생산 물량을 선점하면서 2026년까지 파운드리 주문이 밀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이 필요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TSMC와 유사한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텔 파운드리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언론은 “TSMC의 CoWoS-S와 인텔의 포베로스(Foveros) 패키징 기술이 유사하기 때문에 인텔로 전환해 필요한 물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며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외에 아마존(AWS), 시스코 등이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파운드리 위탁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TSMC와 인텔은 각각 CoWoS와 포베로스라는 이름으로 고객사에 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oWoS와 포베로스 모두 2개 이상의 반도체 칩을 웨이퍼 상에서 연결한 뒤 패키지 기판에 올리는 패키징 기술이다. 2018년 말 독자 패키징 기술인 ‘포베로스’를 공개한 인텔은 현재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포베로스 옴니’와 ‘포베로스 다이렉트’ 등을 양산에 적용하고 있다.

강성철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 교수는 “CoWoS와 포베로스는 이름은 다르지만, 2.5차원(D), 3D로 칩을 패키징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유사한 기술”이라며 “미국 상무부가 첨단 패키징 산업에 수조원의 지원금을 쏟아붓는 등 국가 간 패권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인텔이 자국 기업이란 점도 (파운드리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TSMC, 인텔과 첨단 공정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이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객사였던 구글과 퀄컴이 삼성전자를 대신해 TSMC 3㎚ 공정을 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후발주자로 평가되는 인텔이 빅테크 물량을 수주하며 추격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성 한양첨단반도체패키징연구센터 센터장은 “패키징은 여러 종류의 칩들이 상호 연결되는 AI 반도체 시대 고객사 유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술”이라며 “기술력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양산 이력이 누적돼야 공정이 안정화되고 고객사 유치에 유리한 만큼 TSMC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물량을 인텔에 앞서 수주할 수 있도록 사활을 걸어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