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원이 한밤중 길거리를 헤매던 90대 노인을 가족 품으로 인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함을 전달하고 있다. 집배원의 도움을 받은 노인은 6·25전쟁과 월남전에서 해병 신분으로 참전한 국가유공자 이창수 옹으로 파악됐다. 이 옹은 발견 당시 탈진 상태였으며,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현재는 건강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국민신문고에는 ‘칭찬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칭찬 민원이 올라왔다. 칭찬 글을 작성한 이 옹의 딸 이정실 씨는 “서울에 사시는 저의 아버지께서 딸인 저의 집(경남 사천)으로 오셨다가 병원 입원 중 갑자기 사라지셨다. 가족들은 사천 시내를 돌며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친절한 집배원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고 글을 적었다.
사연에 따르면 이창수 옹은 지난 6월 12일 경남 사천의 한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다 사라졌다. 병원복을 벗고 등산복에 국가유공자 모자를 갖춰 썼지만, 맨발에 슬리퍼를 착용하는 등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이 옹의 치매증세가 처음 나타난 시기라고 이정실 씨는 설명했다. 이 옹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서울에 가야한다”며 곧장 택시를 탔다. 이후 진주역 인근에서 주변인들에게 “나 좀 도와달라, 경찰서에 데려다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고 2시간가량 진주역 인근을 방황했다.
이 옹은 정세영 집배원에게 발견됐다. 평소 ‘국가유공자 제복 배송’으로 국가유공자에 관심과 존경심이 높았던 그는 맨발에 슬러퍼를 착용한 이 옹의 복장과 행동에 이상함을 눈치챈 것이다. “할아버지 집이 어디세요? 핸드폰 주시면 제가 가족과 연락해드리겠습니다.” 정 집배원은 온몸에 땀을 흠뻑 젖은 이 옹을 카페에 모셔 안정시켰고, 가족이 올 때까지 보살폈다.
이정실 씨는 “진주역 앞은 아직 개발 초기라 어두컴컴한 곳이다. 아버지가 거리를 헤매다가 탈진해 쓰러져도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정 집배원은 천사처럼 한 사람을 위험에서 구해냈다. 참 차가운 세상 같으나 이런 청년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한가 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연 속 ‘천사 집배원’은 산청우체국 소속 단성우체국 정세영 주무관으로, 그는 평소에도 책임감 있게 일하면서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에게 항상 친절하게 집배 업무를 수행 중이다.
정세영 집배원은 “가족과 산책을 하고 있는데 한 노인분의 행동이 이상했다”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맨발에 슬리퍼를 착용하고 온몸에 땀이 젖은 노인이 안타까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집배원은 이어 “(저는)부사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평소 군인에 관심이 높았고 노인분이 쓰신 모자가 국가유공자가 착용하는 것이어서 눈에 띄었다. 가족을 꼭 찾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누구나 그런 상황이면 노인을 도왔을 것”이라며 사연이 알려져 쑥스러울 따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