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퍼스트 디센던트./넥슨 제공

국내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강화되자 게임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신규 장르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은 리니지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만 편중돼 신작이 개발돼왔다면, 최근 출시했거나 출시 준비 중인 신작들은 루트슈터, 전략 시뮬레이션(RTS), 좀비 아포칼립스, 로그라이크 등 국내에선 보기 힘들었던 생소한 장르가 대부분이다.

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달부터 신작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루트슈터 장르 게임은 슈팅과 RPG(역할수행게임) 요소가 결합된 장르로,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원하는 아이템을 제작하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PC와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 특히 출시 직후 스팀(PC)에서만 동시 접속자 22만 명을 돌파하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출시 6일차에는 최고 동시 접속자 26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도 동시접속자 수가 10만 명가량으로 유지되며 국내와 해외 시장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구권에서는 PC보다 콘솔 이용자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실제 성과는 더욱 고무적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달 31일부터 실시간 전략 게임(RTS) ‘스톰게이트’ 얼리액세스를 시작했다. 실시간 전략게임은 1990년 말부터 2000년대까지 국내 게임 시장을 달궜던 ‘스타크래프트’와 동일한 장르의 게임이다. 게임상에 주어진 모든 전략적 요소를 활용하여 적을 없애고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의 장르다. 오랜만의 RTS 장르 게임인 만큼 이용자들의 기대가 높다. 실제로 스톰게이트는 ‘스타크래프트2′, ‘워크래프트3′ 개발진이 설립한 프로스트자이언트 스튜디오가 개발했다.

NHN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오픈월드 슈팅 RPG ‘다키스트 데이즈’를 개발중이다. 좀비가 창궐한 미국 사막지역을 배경으로 다른 이용자와 협동 및 경쟁해 괴물들을 물리치고 자원을 수집하는 게임이다. 웹보드와 캐주얼 장르에서 강점을 지닌 NHN이 북미권 진입을 노리고 제작한 도전작으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게임사들이 콘솔과 PC 플랫폼 비중을 늘리고 장르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커지면서 글로벌 공략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콘솔 등에 익숙한 해외 이용자들은 국내 이용자들보다도 확률형 아이템같은 BM에 비판적이다. MMORPG 장르에 집중된 개발 방향에 대해서도 꾸준히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만 해도 MMORPG는 게임업계 핵심 장르였고 리니지와 유사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도 국내 게임업계에 위기감을 자극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게임업체들의 캐주얼 게임이 인기를 얻고, 서브컬처 게임까지 중국 업체들이 앱마켓 순위를 장악했다. 특히 캐주얼 게임들은 결제나 시간 투자에 대한 부담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라이크 류의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은 한정돼 있는데 이 장르의 게임이 대다수를 이루면서 업체들 간 매출을 나눠 먹고 결론적으로 게임 경쟁력이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게임 업체들이 시도하는 새로운 장르들이 주요 캐시카우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게임 산업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