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사운드를 갖춘 영화관에 입장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자 ‘빛의 조각을 찾는 여정을 함께할 멤버를 고르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다섯개의 조각 중 하나를 고르면 K팝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멤버 중 한명이 등장해 가상 공간으로 이끈다. 거대한 나무가 서 있는 숲 속, 모래 바람이 부는 사막, 텅 빈 도시의 주차장 등 다양한 배경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은 ‘데자부(Deja Vu)’ ‘굿 보이 곤 배드(Good Boy Gone Bad)’ ‘슈가 러시 라이드(Sugar Rush Ride)’ 등 6곡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VR 영상 속 멤버들이 5cm 거리까지 다가오기도 하며, 이용자는 응원봉을 흔들 수도 있다.
가상현실(VR) 콘서트 제작 유통 기업인 어메이즈VR은 3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첫 번째 VR 콘서트 ‘하이퍼포커스’(HYPERFOCUS) 언론 시사회를 진행했다. 어메이즈VR은 그래미 어워드를 3회 수상한 미국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을 시작으로, 2022년 7월 SM엔터테인먼트와 조인트벤처 ‘스튜디오 A’를 설립해 케이팝(K-pop) VR 콘서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에스파(aespa), 카이(KAI) 등 K팝 아티스트의 콘서트 영상도 촬영해 최근 극장 상영을 마쳤다. 하이퍼포커스는 내달 27일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이승준 어메이즈VR 대표는 지난 6월 애플 본사에서 개막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 초청되기도 했다. 어메이즈VR이 제작한 VR 콘서트 앱은 지난 2월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출시와 동시에 탑재됐고 현재까지 비전 프로 뮤직 앱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라 라슨, 티페인 같은 미국의 정상급 아티스트들도 어메이즈VR로 VR콘서트를 만들었다. 앱에서 한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다운로드 받는 가격은 13달러 가량이다.
영상은 하이퍼리얼 9K+ 실사 촬영 기술과 언리얼 엔진 기반의 VR 시각 효과(VFX) 파이프라인 및 모듈,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했다. 아티스트의 움직임과 카메라 각도에 따라 관객은 직접 멤버들을 실제 마주하는 느낌은 물론 몰입감까지 느낄 수 있다. 이 대표는 “VR 콘서트 제작과정의 많은 부분을 AI로 자동화 하면서 제작 기간과 비용을 모두 줄였다”며 “컴퓨터그래픽(CG)은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렌더링 하는데, AI를 활용한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서 렌더링 속도를 기존 대비 200배 높였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홍찬 감독은 “일반 촬영과는 다르게 팬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보면 직접 멤버들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든다”며 “3D 이미지를 수정하는 것을 2D 이미지를 수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어려움이 있다. VR로 담긴 모습은 100% 실물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어메이즈VR은 갈수록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어메이즈VR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VR 콘서트를 내달 8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에나파크, 휴스턴, 시카고, 뉴욕 등 미국 5개 도시에서 진행한다. 한국과 미국 외에 다른 국가로의 유통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세계 모든 아티스트들이 앨범을 낼 때마다 VR 콘서트를 만들고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며 “팬들 입장에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언제 어디서든 합리적인 가격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