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ASML 연구원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점검하고 있다./ASML 제공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TSMC 등 최선단 공정을 이끄는 반도체 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적용을 확대하면서 소재, 부품 국산화에 투자해 온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EUV 펠리클 생산업체인 에스앤에스텍(101490)은 최근 500와트 EUV용 펠리클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준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최대 생산능력에 도달한 블랭크마스크 설비투자를 추가로 확대하는 한편 일부 제품은 가격을 50% 수준으로 올리며 수익성 확대에 나섰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공정 중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의 핵심 부품이다. 웨이퍼에 회로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도화지 역할을 한다. 투명한 유리판인 석영(쿼츠)에 금속막과 감광막을 도포해 회로패턴을 형상화하면 웨이퍼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포토마스크가 됩니다. 펠리클은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 공정에서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덮개다. 1장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며 EUV 노광 공정의 수율을 좌우한다.

에스앤에스텍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펠리클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며 전기차, 자율주행차용 레거시(구형) 반도체 수요도 커졌다”며 “최근 회사는 펠리클 가격을 50% 수준으로 인상했고, 현지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수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추세는 하반기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협력사인 에프에스티(036810) 역시 올 하반기부터 EUV 펠리클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1년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해 이 회사에 43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CTT 리서치는 에프에스티에 대해 올 하반기 극자외선(EUV) 펠리클 양산을 시작하며 큰 폭의 실적 향상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는 동진쎄미켐(005290)의 경우 지난 2022년 12월 삼성전자에 EUV용 포토레지스트(PR) 공급을 시작한 뒤, 지난해 하반기에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하며 국산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에 필요한 EUV 포토레지스트 공급을 추진 중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이 닿으면 성질이 변하는 화학물질로 반도체 공정의 필수 화학물질이다. 이를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얇게 바르고 회로가 그려진 판을 투과해 빛을 쏜 이후 현상액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면 회로가 형성되는 원리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해당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지난 수년간 국내 기업들도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와이씨켐(112290)도 국내 최초로 EUV 감광액 공정에 투입되는 린스를 연내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린스는 포토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결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 회사는 2022년 경북 성주산업단지에 200억원 규모 설비투자를 마쳐 기존 노광공정용 소재에 이어 후공정용 소재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오는 2028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