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숏폼 서비스 ‘클립’을 통해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글로벌 숏폼 서비스와 경쟁 중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에 밀려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의 대표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인 네이버TV 앱(네이버 나우)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지난달 약 31만명으로, 유튜브(약 4624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네이버에서 클립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김아영 리더와 한영대 리더는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파리올림픽, 워터밤, 서울 재즈 페스티벌, 임영웅 콘서트 등 실시간으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트렌드와 지역 관련 영상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것이 ‘클립’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파리에 거주하는 100여명의 크리에이터 ‘클립지앵’을 모집했다”며 “이들이 파리올림픽 기간에 맞춰 현장의 다양한 영상을 거리 분위기, 응원현장, 경기 뿐 아니라 파리 쇼핑과 맛집 관련 영상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향후 올림픽 뿐 아니라 파리 패션위크 등 굵직한 해외 이벤트와 연계해 현지 크리에이터를 흡수하는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김 리더는 “클립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일간 재생 수가 월 평균 20%씩 증가하면서 신생아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네이버가 취약한 10대 사용자 유입가 늘고, 네이버 앱 체류 시간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클립은 지난 5월 ‘스팟’이라는 메뉴를 추가하면서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 스팟은 내 관심사 영상을 전부 묶어 제공할 뿐 아니라 현재 많은 사람이 가장 주목하는 트렌드와 지역, 크리에이터 등을 순위별로 보여준다.
김 리더는 “최근 워터밤 개최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고양시 일산 서구였는데 지금 숏폼 크리에이터들이 어디에 몰려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네이버 플레이스와 연계되어 각 장소 리뷰 등을 볼 때 관련 영상을 통해 더 생생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숏폼 서비스와 차별점에 대해선 플레이스, 쇼핑 등 기존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조했다. 클립 영상 내 정보 스티커를 누르면 뉴스 혹은 블로그로 연결돼 제품, 장소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김 리더는 “다른 숏폼 영상은 링크를 통해 쇼핑 등으로 연결할 때 호환성 문제로 로그인 등 허들이 있지만, 클립은 네이버의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와 연계해 번거로운 절차가 없다”며 “이를 통해 숏폼 콘텐츠에서 쇼핑, 예약 등 실제 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편하고 빠르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리더, 한 리더와의 일문일답.
─클립 서비스와 서비스 출시 배경에 대해 궁금하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김 리더) “네이버 앱에서 이용자들이 오래 머무르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다 아직 글로벌 플랫폼에 (크게) 잠식당하지 않은 영역인 숏폼을 생각했다. 성장 속도는 신생아 수준으로 크고 있다. 매월 평균 일간 재생수가 20%씩 성장하고 올해 1~2월에는 100% 성장했다. 단순히 숏폼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뉴스, 블로그, 쇼핑, 플레이스 등 다양한 네이버 서비스와 연결해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과 비교해 클립만의 독특한 기능은.
(김 리더) “’스티커’다. 숏폼 영상을 보다가 스티커를 터치하면 뉴스, 플레이스, 쇼핑, 티켓, 블로그 등으로 연결된다. 창작자의 경우 스마트스토어 스티커를 연결해 자기 브랜드 매출 상승 사례가 많다.
“릴스, 쇼츠, 틱톡은 알고리즘이 고도화돼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지만 내 관심사 영상을 한 곳에 모아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현재 많은 사람이 관심이 있는 영상도 알 수 없다. 이에 네이버가 전통적으로 잘해왔던 랭킹 영역을 ‘스팟’이란 기능을 만들어 적용했다. 이 부분은 넷플릭스의 형태와도 닮아있다. 일례로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다면 스팟판에서 육아 관련 영상을 볼 수 있고, 지난 주말 워터밤이 화제였던 만큼 랭킹에 관련 영상들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네이버 내 서비스나 검색어를 기반으로 하나.
(김 리더) “클립은 다른 플랫폼과 달리 이용자들의 방대한 네이버 검색어 및 쇼핑 관련 데이터를 알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준다. 이를 더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클립 별도 앱 출시 계획은 없나.
(김 리더) “별도 앱으로 나오면 서비스가 선명할 수는 있지만 아직 계획은 없다. 다만 올 3분기 현재 폐쇄형인 네이버TV 서비스를 블로그처럼 완전 오픈형 플랫폼으로 바꿀 것이다. 누구나 원하면 네이버TV에서 채널을 가지고 숏폼 영상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현재 가장 인기있는 클립 카테고리나 크리에이터는 누구인가.
(한 리더) “일상 생활, 플레이스, 여행 관련 크리에이터 분들이 인기를 많이 얻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는 ‘우리의 식탁’으로 1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클립이 구독 중심 기반이 아니다 보니 타 플랫폼과 비교해선 아직 적은 수준이다. 유명세보다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다 보니 클립은 신규 크리에이터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은 새로운 땅이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광고 수익 시스템과 창출 기준은.
(김 리더) “7월 1일부터 광고 수익 베타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테스트 중이고 정식 광고 프로그램은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기준은 다른 플랫폼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날수록 크리에이터의 선택권도 늘어난다. 실제 유튜브보다 클립에서 더 많이 인기를 얻는 채널도 있다.”
─클립과 제휴하는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어떤 지원을 받는가.
(한 리더) “총 25개 카테고리로 하반기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모집했다. 영상 수익과 활동비 외에 재생 수를 기반으로 월별 상금(10~50만원)이 별도로 주어진다. (하반기엔) 2500명을 뽑는데 4만명이 몰렸다. 상반기 모집에선 2만명이었는데 두 배로 늘었다. 아직 심사 중이라 밝히기는 어렵지만 유명 연예인부터 모델, 스포츠 선수 등 다양하다.
─클립이 뉴스, 네이버TV, 블로그, 플레이스, 쇼핑 등과 연계되어 있는데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과 연계 계획도 있나.
(김 리더) “치지직과의 연계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에디터나 뷰어 등 도구의 적용은 작업이 진행 중이고 정식 연동은 연내 마무리될 것이다. 치지직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라이브 영상을 편집해 숏폼인 클립으로 올리고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상, 숏폼 플랫폼마다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를 유튜버, 틱토커 등의 명칭이 붙었다. 클립은 아직인가.
(김 리더) “관련한 용어를 만들고 싶고 내부적으로 아이디어가 많다.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유저들 스스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네이버에서 정체성을 보여주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이 있는지. 어떤 전략으로 글로벌 숏폼 서비스들과 경쟁할 것인지.
(김 리더) “지금은 국내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국내에서도 싸우고 있는 상대가 전부 글로벌 플랫폼인 만큼 국내에서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 리더) “파리올림픽 개막에 맞춰 100여명의 현지 크리에이터를 모집했다. 유학생, 직장인, 모델 등 다양하다. 파리올림픽을 기점으로 해외 현지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하려고 한다. 전 세계 각지의 패션쇼나 축제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이벤트를 펼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