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 글로벌 반도체, PC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이들은 아직 시장 태동기인 인공지능(AI) PC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을 선보인다. AI PC 시장이 무주공산인 만큼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6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베를린에서 진행되는 IFA 2024에 인텔을 비롯해 퀄컴,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인텔과 AMD의 경우 2010년대 이후 IFA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다. 퀄컴은 오토모티브, 사물인터넷(IoT) 등을 주제로 IFA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PC용 칩을 IFA에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는 IFA는 미국 CES, 스페인 MWC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전시회에는 전 세계 2300여개 기업이 참가해 AI, 스마트홈, 헬스테크 분야 혁신·첨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0년대 이후 IFA에서는 주로 가전 회사들이 주목을 받았다. 밀레, 보쉬, 베스텔 등 유럽 현지 가전제품 명가와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중국 가전 기업들이 TV나 대형 가전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에는 스마트홈, IoT,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이 더해지면서 행사의 저변을 확대했다.
올해는 AI PC가 또 다른 테마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인텔은 올 하반기 AI PC 시장에 내놓을 예정인 ‘루나레이크’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퀄컴, AMD보다 AI PC용 칩 출시가 다소 지연된 상황이다. 현재 주요 PC 제조사들의 AI PC 신제품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나 AMD 라이젠 AI 300 칩셋이 탑재되고 있다.
PC 제조사들도 인텔 루나레이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윤석 LG전자 IT사업부장은 지난 6월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루나레이크가 AMD와 퀄컴(스냅드래곤 X 엘리트) 대비 반년가량 늦어 고민되는 상황”이라며 “(LG전자의 AI PC) 신제품 출시 일정은 저희보다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모바일용 칩셋에 이어 PC로 시장 확장을 노리는 퀄컴도 올해 IFA에서 스냅드래곤 칩셋을 탑재한 AI PC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앞서 HP, 에이수스, 에이서, 델 등 AI PC를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제조사들은 퀄컴 칩을 공급받았다. MS에 따르면 AI 기능인 ‘코파일럿+PC’는 초당 40조회 이상의 정수 연산(40 TOPS)이 가능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요구하는데 현재 이를 충족한 칩은 스냅드래곤 X 시리즈 뿐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코파일럿+PC는 시스템 전반에 AI가 통합돼 가장 빠르고 가장 지능적인 윈도 PC”라고 했다.
AI PC 열풍을 타고 오랜 기간 침체돼 있던 세계 PC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280만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이샨 더트 카날리스 연구원은 “PC 제조사, 칩셋 제조사의 AI PC 로드맵이 현실이 되고 흥미로운 발표들이 나오면서 PC 시장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