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인공지능(AI) 칩 필수 메모리로 꼽히는 HBM의 생산 차질을 목표로 노조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전삼노는 12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HBM 생산라인 식당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이날 3시간 동안 HBM 라인 앞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파업 동참을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10일 유튜브 생방송에서 “HBM은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반도체”라며 HBM 생산 장비를 세워야 한다고 조합원에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전삼노는 “EUV(극자외선) 파운드리도 멈추게 하자”고 말했다. EVU 노광 장비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현재 3만3000여명이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5% 수준이며, 조합원 대부분은 반도체부문 소속이다. 이들이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건 성과금 제도 개선,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무임금 파업에 따른 경제 손실 보상 등이다.

전날에는 경기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건물 앞에서 전삼노 집회가 열렸다. 구형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은 자동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전삼노는 “8인치는 사람이 필수적으로 필요해 (인력이) 빠지면 라인을 세울 수 있다”며 “8인치 라인을 먼저 세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엔 전삼노 추산 350여명, 회사 추산 150여명이 모였다. 노조는 “망설이는 동지들아 때려치우고 파업하자” “지금까지 고통받은 8인치야 복수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파업 동참을 요구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는 분위기이지만, 실제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줄어들고 있다. 전삼노는 총파업 첫날인 지난 8일 오전까지 조합원 6540명이 설문조사에서 파업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중 설비·제조·개발공정에서 5211명이 파업 동참 의사를 보였다며 전삼노는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선 총파업에 참여한 직원은 이보다 적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은 “총파업 첫날 빠졌던 근무조 인력 대부분이 복귀했다”며 “파업 근태를 올리지 않고 빠지면 시스템상 하루 다음날 결근이 확정되는데, 그렇게 빠지는 팀 인력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측은 “파업으로 인한 결원에 대해선 대체 인력을 투입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