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최저점을 찍었던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올 2분기에 2배 가까이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키옥시아,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역시 감산 기조를 끝내고 생산량 확대에 나서면서 낸드플래시 물량 경쟁이 다시 시작되는 양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150만장(분기 합산) 넘게 책정, 지난해 4분기(88만장) 대비 2배 가까이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 시안 공장과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가동률이 70~80% 수준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1년 가까이 이어지던 낸드플래시 감산 기조를 완전히 끝내고 다시 생산량을 늘린 것은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비롯해 모바일, PC 등 주요 매출처에서 수요가 일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원가 수준으로 떨어졌던 평균거래가격(ASP)을 올 1분기 20% 가까이 가격을 인상했고, 2분기에도 15~20% 수준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오는 3분기에도 기업용 SSD 수요가 견조해 낸드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제조사들이 일제히 공급량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낸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 낸드 공급률이 최대 2.3%까지 증가하는 등 공격적인 생산량 증가로 낸드 가격이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옥시아,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주요 낸드 업체들은 지난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낸드 시장 점유율 2위인 일본 키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절반 이하까지 낮췄던 합작 공장의 가동률을 이달 들어 90%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K하이닉스까지 가세하면서 업체 간 공급 경쟁에 불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 확대로 소비자용 노트북과 크롬북 주문 수요는 2021년 대비 저조한 상황이다. 여기에 PC 제조사들은 기존 재고를 적극적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어 소비자용 SSD 주문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96단 4D 낸드 기반 1Tb QLC 제품./SK하이닉스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 수요로 기업용 SSD는 올 2분기 가격이 3분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며 다른 제품에 비해 기업용 SSD 재고 수준은 낮은 편이어서 SSD 구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시장 수요에 발맞춰 데이터센터용 QLC(쿼드레벨셀) 낸드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QLC(쿼드레벨셀) 9세대(290단대) V낸드도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QLC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Cell)’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해, 3비트를 저장하는 TLC보다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QLC 낸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60TB(테라바이트) 기업용 SSD 출시를 계획 중인 단계로, 내년에는 300TB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30TB 이상 고용량 eSSD 제품은 QLC 방식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고객사 인증을 거친 QLC eSSD를 내놓을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솔리다임) 2곳 뿐이며, 두 기업은 낸드 공급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마진이 높은 AI 데이터 서버 시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