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유승재(40) 페르소나AI 대표는 지난달 19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국내 인공지능(AI) 컨택센터 시장에서는 경쟁사가 없다고 보고 단기적으로는 일본,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이어 “AI 등 신기술은 한국이 빨리 받아들이기에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고 덧붙였다.

B2B(기업간거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르소나AI는 유 대표가 지난 2017년 설립했다. 자연어처리(NLP)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의 구독형 AI 컨택센터(AICC)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페르소나AI의 AICC 솔루션은 음성인식(STT), 음성합성(TTS), 문장분석 등의 AI 기능이 탑재된 챗봇인 ‘콜봇’이 상담원 대신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

페르소나AI의 고객사는 별도 시스템 구축 없이 클라우드 기반 AICC를 통해 365일 무중단 콜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페르소나AI는 업계에서 일반명사화된 콜봇의 상표권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기준 금융, 병원, 쇼핑몰 등 1000여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KB금융그룹, 전북은행 등이 주요 고객사다. 최근 브랜드 정체성 강화를 위해 콜봇의 이름을 ‘소나 콜’로 변경했다.

유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때 웹에이전시를 창업했으며, 페르소나AI를 창업하기 전까지 여러 회사에서 IT 기획자로 일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고 방학 때마다 코딩을 취미로 해서 자연스럽게 IT업계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대화형 AI 서비스를 우연히 접하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5년 창업 멤버들과 모여 기술을 개발하고 2017년 페르소나AI 법인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 고객 성별·나이·감정 등 분석해 맞춤형 안내

유 대표는 고객사의 AICC 도입 성공 사례로 D손해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용 키오스크(무인청구 단말기)에 탑재된 솔루션을 꼽았다. 그는 “어르신 고객들은 키오스크를 쓰고 싶어도 조작법 때문에 해맬 수밖에 없었다”며 “AICC로 고객 상황을 인지하고 조작법을 설명하는 기능을 탑재, 청구 대기 시간을 30% 절감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CC가 단순히 기계적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고객의 성별과 나이, 감정 등을 인식해 맞춤형으로 안내되도록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이 도입한 챗봇도 성공 사례로 꼽았다. 유 대표는 “기존 은행의 챗봇은 답변이 모바일 안내 페이지를 띄우는 등 한계가 있어 고객들의 불만이 컸다”며 “페르소나AI는 챗봇에 은행의 72가지 업무를 학습시켜 채팅창 안에서 대출 조회, 변경 등 기본적인 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페르소나AI 콜봇 '소나콜'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AICC 시장 규모는 2020년 4214만달러(약 581억원)에서 연평균 23.7% 성장해 오는 2030년 3억5088만달러(약 483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는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일본 다음으로 큰 AICC 시장으로 향후 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체 AICC를 구축하기 위해선 큰 비용이 드는데 페르소나AI의 구독형 서비스를 통해 중소기업들도 도입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AI 도입을 본격화하려는 정부·공공기관에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공공기관 위한 챗GPT 서비스 ‘KGPT’도 개발

페르소나AI는 AICC와 함께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챗GPT를 보안 우려 없이 활용하도록 하는 KGPT 서비스도 개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유 대표는 “KGPT는 챗GPT의 보안, 오답, 편향성 문제를 해결하고, 내부 보안 문서를 별도 관리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기밀 유출 우려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페르소나AI는 자체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2년 뉴욕에서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톱3 올랐다. 이에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에도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페르소나AI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3월에는 네이버클라우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SK텔레콤과 네이버 등을 제외하고 공개된 누적 투자금 규모는 200억원 수준이다. 인력도 지난해 30여명 수준에서 올해 80명까지 늘었다.

유 대표는 “SK텔레콤은 AICC 솔루션을 공급하는 고객사였다”면서 “네이버와도 AICC와 관련된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페르소나AI는 지난 4월 네이버∙라인 출신 정보영 대표를 영입했다. 정 대표는 라인 IT서비스 센터장,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NHN 테코러스 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유 대표가 경영 전략과 서비스 개발을, 정 대표가 신규 사업을 총괄하는 2인 체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페르소나AI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동시에 IPO(기업공개)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미래에셋벤처투자∙KB증권∙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다. 유 대표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IPO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소나AI는 신사업으로 AI 반도체 사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현재 자동차, 로봇, 스피커, 키오스크 등에 탑재할 수 있는 대화형 AI 엔진을 탑재한 초소형 반도체를 개발했다. 유 대표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설계는 우리가 담당하고 하드웨어 설계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맡는 형태로, 내부 AICC 솔루션용 외에도 외부 판매 확대를 본격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