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을 찾아줘’라는 앱을 개발할 거야.” ‘피그마 AI’에 명령어를 입력하자 단 몇 초 만에 앱 디자인이 구성된다. 인공지능(AI)이 실제 주변 두리안 관련 요리를 하는 식당 정보를 찾아 테마를 분류하고 위치까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어도비를 제치고 글로벌 UI(사용자인터페이스)·UX(사용자경험) 디자인 소프트웨어(SW) 시장 1위로 올라선 피그마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도입했다. AI 기능을 통해 디자이너뿐 아니라 디자인을 잘 모르는 개발자나 엔지니어도 쉽게 UI·UX 디자인에 접근하게 한다는 목표다. UI·UX 디자인은 사용자가 웹과 앱 등 IT 서비스와 제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이다.

피그마가 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컨피그 APAC(아시아태평양)’ 행사를 개최하고 디자인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피그마 AI’를 발표했다. 피그마 AI는 오픈AI의 ‘GPT’, 아마존 ‘타이탄’ 등 빅테크 기업의 LLM(초거대언어모델)을 활용했다.

지난 2012년 창업한 피그마는 2016년 UI·UX 디자인 솔루션을 처음 출시했다. 일반 그래픽 디자인 솔루션과 달리 앱 개발 과정에서 편리한 인터페이스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별도 SW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접속 가능해 어디에서도 쉽게 실시간 협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협업 기능으로 빠르게 성장한 피그마는 전 세계 UI·UX 디자인 SW 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면서 어도비의 UI·UX 디자인 솔루션 ‘어도비 XD’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됐다. 어도비는 지난 2022년 급성장한 피그마를 인수하려고 시도했으나 미국 독점금지법에 의해 실패한 바 있다.

딜런 필드 피그마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일 싱가포르 샌즈엑스포에서 열린 ‘컨피그 APAC’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경탁 기자

딜런 필드(Dylan Field) 피그마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오직 디자이너를 위한 AI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고 많은 기능을 탑재했다”며 “디자인의 복잡성과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 누구나 더 나은 디자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까지 베타 버전을 무료로 제공해 피드백을 받고, 2025년부터 유료로 정식 AI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한 피그마 AI의 주요 기능은 ▲텍스트 프롬프트를 통한 모바일 및 웹 UI 모형 생성 ▲이미지, 스크린샷을 활용한 비주얼 검색 ▲단일 클릭으로 파일의 모든 레이어를 맥락에 맞춘 이름 변경 등이다. 텍스트 프롬프트란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 설명을 바탕으로 모바일 및 웹 UI 모형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능이다. 또한 AI 액션을 사용해 현실적인 텍스트 추가, 번역, 톤 조절, 이미지 생성 및 배경 제거 등의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이날 피그마 AI 기능을 시연한 조던 싱어 피그마 디자이너는 “특히 비주얼 검색 기능은 큰 팀에서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유용하다”며 “파일 이름 대신 특정 비디오 프레임, JPEG, 스크린샷 등을 통해 원하는 디자인을 찾을 수 있어 프로젝트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장애물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피그마의 AI 기능 도입은 어도비와 대조를 이룬다. 어도비는 최근 포토샵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AI 훈련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약관으로 반발을 샀다. 필드 CEO는 “피그마는 사용자의 콘텐츠를 피그마 AI 훈련에 사용하는 것을 선택사항으로 설정해 고객의 데이터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