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위해 ‘인공지능(AI)을 위한 네트워크(Networks for AI)’와 ‘네트워크를 위한 AI(AI for Networks)’ 관점에서 5G(5세대 이동통신)-A(advanced) 개발을 계속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다.”(데이비드 왕 화웨이 이사회 이사 겸 ICT 인프라 운영 이사회 의장)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24′ 현장. 화웨이가 5G-A(5G 어드밴스드·5.5G) 전략을 공개하며 데이비드 왕 의장이 한 발언이다. 5G-A는 5G보다 진일보된 기술로, 향후 도래할 6G(6세대 이동통신)로 가는 징검다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5.5G(5.5세대 이동통신)는 이론상 최대 속도 10Gbps, 지연시간 1ms를 구현할 수 있는데, 현재 5G 속도가 1.2Gbps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약 9~10배 빠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화웨이는 전시관에서 5.5G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AI 전화 서비스 ‘뉴 콜링(New Calling)’, 여러 도시의 기술과 비즈니스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체험 투어인 ‘5기가그린(5GigaGreen)’ 등을 시연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데이비드 왕 의장은 “이번 달을 기점으로 중국 내 5G 상용화가 5년 차에 접어들었고 올해는 5G-A, 기타 AI 디바이스가 본격 상용화되며 모바일 AI 시대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면서 “5.5G가 가져온 기회를 잡기 위해 고품질 네트워킹과 신규 서비스, 생성형 AI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이통사가 5.5G 기술 검증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중국은 물론 독일, 핀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개 도시에서 5.5G 네트워크 검증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 中, 5.5G 기반 AI 서비스 추진… 韓, 6G 청사진 구상만
중국이 6G 시대의 마중물로 5.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통신 3사가 막연한 6G 시대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5G보다 50배 빠른 초고속 통신 6G 시대가 빠르면 오는 2028년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재 5G 품질·속도 등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6G 백서를 발간하거나 내부에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6G 서비스 전망, 기술 동향, 예상 주파수 분석 및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오는 8월 국제 학술지 ‘IEEE 커뮤니케이션스 매거진’에 서울대·경북대 연구팀과 함께 ‘이동통신사 관점에서의 6G’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한다. 5G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6G 시대에 예상되는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도 6G를 활용한 사업 분야를 구상 중이다. 지난 5월 발간된 ‘6G 백서-앰비언트 IoT(사물인터넷)’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6G 시대에 사용이 유력한 기술로 ‘앰비언트(Ambient) IoT’를 꼽았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가 자산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거나 가족이나 반려동물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기업 고객에게는 상품 배송이력과 물류 추적, 신선제품 상태 관리 등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5G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 5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속도와 서비스 품질은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다. 국내 통신 3사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는 5G 주파수인 28기가헤르츠(㎓)에서 손을 떼면서 반쪽짜리 5G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게임 콘텐츠들이 문제 없이 돌아가려면 끊김 없는 연결이 중요한데, 아직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5G가 LTE(4세대 이동통신) 대비 스트리밍 속도가 빨라진 건 있지만 기술적으로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게임이 아닌 자율주행이라면 비상상황에서의 데이터 단절은 불편함을 넘어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들 “韓 5G 품질 논란… 6G서 투자 나설지 의문”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5G의 품질·속도에 대한 실망감이 6G 시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중국이 선제적으로 5.5G 도입에 나서면서 국내 통신 업계에도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현재 5G의 체감 전송 속도는 평균 800Mbps로 LTE에 비해 5배 이상 향상됐지만, 5G 품질과 커버리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며 요금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G 비즈니스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IoT 관점에서 연결 기기나 기술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5G-A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국내 통신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주파수 경매가 (6G로 향하는 관문의) 첫번째 체크 리스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국내 통신 사업자들이 투자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5.5G가 5G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실시간 고화질(HD) 스트리밍, AR, VR, 자율주행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상용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