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싱가포르 생산기지. /마이크론 제공

미국을 대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회계연도 3분기(2024년 3~5월)에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D램, 낸드플래시 등 주요 품목 전반에 걸쳐 가격 상승세에 따른 수혜를 봤다.

특히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사활을 걸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2월 양산을 발표한 HBM3E(5세대 HBM)이 엔비디아에 공급되기 시작하며 매출액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다만 낙관적인 실적 가이던스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 주가는 7.8% 하락한 약 131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월가에서 일부는 마이크론의 4분기 매출이 8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4분기 전망치가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26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올해 3분기 매출이 68억1000만달러(한화 9조496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37억5000만달러)보다 81% 수준 증가한 수치다. 시장 전망치였던 예상치인 66억7000만달러도 소폭 상회하는 수치다. 주당 순이익은 62센트 수준으로 역시 예상치인 50센트를 웃돌았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강력한 AI 수요를 바탕으로 마이크론은 3분기에 가이던스를 넘어서는 17% 수준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수익 제품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D램과 낸드를 아우르는 AI 제품 포트폴리오의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밝힌 오는 4분기(6~8월) 가이던스도 시장 추정치보다 높았다. 마이크론은 이날 4분기 실적 전망으로 매출 76억달러, 주당순이익은 1.08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D램과 낸드 사업이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있다.

HBM 사업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론은 이번 분기에 반영된 HBM3E(5세대 HBM) 매출액이 1억달러 이상이며 2024년 연간 매출액은 수억달러, 내년에는 수십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로트라 CEO는 “올해 HBM 물량을 포함해 내년까지 전량 매진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마이크론은 HBM3E 양산 제품이 대형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인증을 받은 데 이어 HBM4(6세대 HBM)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용 5세대 HBM(HBM3E)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미미했지만,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내년에 시장점유율을 20~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한편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D램 3강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두 기업의 실적을 가늠하는 바로미터(Barometer)로 꼽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번 마이크론 실적은 D램, 낸드를 비롯해 특히 기업용 SSD 시장에서 강력한 수요를 확인시켰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주요 매출원인 D램, 낸드 사업의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