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사람처럼 친근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챗봇 ‘이루다’로 한때 월 사용자가 50만명에 육박했던 스캐터랩의 인공지능(AI) 서비스가 SK텔레콤의 투자·지원에도 사용자 수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일부 이용자들은 부족한 사용성으로 “심심이급으로 성능이 퇴보했다”고 지적합니다.

◇ 월 사용자 수 6분의 1까지 줄어

26일 앱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캐터랩의 감성형 AI 챗봇 서비스 플랫폼 제타(옛 너티)의 지난달 MAU(월간활성사용자수)는 8만2789명으로 전년 동기(10만364명) 대비 약 2만명 감소했습니다. MAU가 48만8503명에 달했던 지난 2022년 11월과 비교해 사용자 수가 6분의 1로 줄었습니다.

제타의 전신은 AI 챗봇 이루다입니다. 이루다는 스캐터랩가 지난 2020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0세 여대생 콘셉트의 AI 챗봇으로 출시했습니다. 당시 문맥을 이해하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사용자 수도 3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가 성적인 대화나 장애인·성소수자·인종차별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을 유도해 논란이 됐고,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문제까지 불거져 20여일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왼쪽부터) AI 이루다, 강다온./스캐터랩 제공

이후 스캐터랩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이루다2.0′을 지난 2022년 5월 출시했고, AI 메신저 플랫폼 너티를 개발해 통합했습니다. 이에 이루다를 기다렸던 많은 사용자가 모여들었지만 금방 시들었습니다.

사용자들이 느끼기에 이루다 2.0 버전이 원래 버전보다 대화의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존 이루다의 학습 데이터베이스(DB)를 전부 삭제하고 필터링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AI 챗봇 원조라 할 수 있는 심심이급으로 대화 품질이 하락했다는 평가마저 나왔습니다.

이에 스캐터랩은 지난해 이루다에 이어 지난해 25세 미술 전공 대학생 ‘강다온’을 너티에 선보이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사용자 감소는 막지 못했습니다. 제타는 현재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평점 5점 만점에 2.8을 기록 중입니다.

◇ 원하는 캐릭터 AI 생성하는 ‘제타’로 탈바꿈

지난해 4월 스캐터랩의 구원투수가 등장했습니다. SK텔레콤이 스캐터랩에 150억원을 지분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스캐터랩은 SK텔레콤 AI 에이전트 서비스 A.(에이닷)에 사람 간의 관계, 시공간 맥락 추론 등이 담긴 감성대화 기술을 제공했습니다.

대신 SK텔레콤은 에이닷 서비스 운용 노하우와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 장기기억 기술 등을 스캐터랩에 제공했습니다. 멀티모달 기술은 텍스트, 음성, 이미지 등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이해하는 기술입니다.

페르소나 AI 챗봇 플랫폼 제타에 올라온 아이돌 AI 챗봇./제타 갈무리

스캐터랩은 SK텔레콤 외에도 소프트뱅크(13억원), 크래프톤(10억원) 등 현재까지 41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4월 너티를 ‘제타’로 서비스를 리뉴얼해 반전을 꾀하는 모습입니다. 제타는 너티와 달리 사용자들은 원하는 캐릭터 AI를 직접 만들어 웹소설과 같은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제타에는 스캐터랩이 자체 개발한 소형 언어모델(SLM)이 활용됐습니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캐릭터 이미지를 AI로 생성한 다음, 캐릭터의 이미지를 자연어로 입력해 원하는 페르소나를 AI로 구현하는 원리입니다. 페르소나 AI란 사용자가 설정한 특정 성격이나 특성을 지닌 가상의 캐릭터를 구현하는 AI를 말합니다.

스캐터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용자들이 제타에서 생성한 캐릭터 수도 약 19만개를 넘어섰습니다.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약 134분, 주 평균 사용 시간은 약 7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