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퀄컴 제공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된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인공지능(AI) PC가 본격 판매를 시작한다. 인텔 x86 기반 프로세서가 장악한 PC 시장에서 ARM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에이서, 에이수스 등 주요 AI PC 제조업체들이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를 탑재한 AI PC 판매에 나섰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모바일 프로세서 강자인 퀄컴이 최초로 AI PC를 겨냥해 개발한 제품으로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됐다.

현재 PC용 프로세서 시장은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PC용 프로세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인텔과 AMD의 프로세서가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인텔과 AMD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점유율은 각각 78%, 13%였다. ARM 아키텍처 기반 애플 프로세서의 점유율은 10% 미만이었다.

ARM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PC용 프로세서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ARM 아키텍처 기반 PC용 프로세서는 x86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 대비 전력 효율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성능이 다소 뒤처져 PC용 프로세서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이유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인텔 x86 기반 아키텍처가 장악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입장에서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무리해서 채용할 이유가 없었다”며 “인텔 x86 기반 아키텍처는 기존 PC와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우수해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가 PC 제조업체의 교체 수요를 끌어낼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가 성능 테스트에서 인텔, AMD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이런 평가를 뒤집었다. 퀄컴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동급 인텔 프로세서 대비 2배 빠른 CPU 성능과 최대 39% 높은 전력 효율을 기록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도 45TOPS(초당 테라 연산)로 현재까지 출시된 AI PC용 프로세서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박상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퀄컴이 출시한 X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X 엘리트는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두 인텔 코어 울트라 7을 능가했다”며 “ARM이 x86 대비 성능에서 뒤떨어진다는 논리가 무너졌기 때문에 PC 시장에서 ARM의 침투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MD와 엔비디아도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한 PC용 프로세서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 ARM 기반 프로세서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AMD와 엔비디아는 이르면 내년 출시를 목표로 윈도에서 구동되는 ARM 기반 프로세서 개발에 나섰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각)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내년 말까지 전 세계에 1000억개 이상의 ARM 기반 AI 장치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5년 안에 윈도 PC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