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글로벌 주요 장비업체인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 ASML에 추가 규제를 요구할 전망이다. HBM 공정 필수 장비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국내 장비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앨런 에스테베즈 차관은 일본과 네덜란드를 방문해 AI 관련 중국의 고급 메모리 제조 능력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요구할 예정이다. 일본 1위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과 세계 1위 장비업체 ASML의 중국 사업에 더 많은 제한을 두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일렉트론과 ASML의 장비는 D램 다이를 만드는 전공정에 필수적이다. 이에 미국은 자국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 등에 중국 내 장비 유지 보수·수리 서비스를 막은 것처럼, 도쿄일렉트론과 ASML에도 중국 내 서비스를 제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과 네덜란드 장비업체는 미국의 대중 제재에 따라 첨단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않고 있으나, 장비 수리 등 사후 서비스 사업은 진행 중이다.

미국발 추가 규제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을 개발하는 중국 기업을 정조준한다. 중국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 YMTC의 자회사 우한신신을 비롯해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 중국 대표 D램 제조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현재 HBM을 개발 중이다. CXMT는 최근 HBM 샘플을 고객사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자체 AI 칩 ‘어센드’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이 AI 칩에 중국산 HBM을 탑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이 대중 규제에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동맹국의 장비업체에 추가 제재를 요구하면서 국내 장비업체들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국내에선 한미반도체와 한화정밀기계가 HBM 후공정 필수 장비 중 하나인 TC 본더를 생산 중이다. TC 본더는 반도체 칩을 열 압착 방식으로 웨이퍼(기판)에 부착하고 쌓는 역할을 한다. TC 본더 시장 세계 1위 업체인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에 TC본더를 공급하고 있다. 한화정밀기계의 경우 최근 이 시장에 진입해 SK하이닉스에 소규모 납품을 시작하는 등 글로벌 고객사에 판촉 활동을 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들도 미국의 수출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관련 지침을 즉각 반영하는데, 현재까진 HBM 후공정 장비 관련 수출 규제 지침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며 “미국의 추가 규제 요청이 전공정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글로벌 업체 선에서 끝날지, 후공정 장비업체까지 넘어올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