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지인에게 남는 데이터를 줄 수 있는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공유 서비스가 “너무 야박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다. 이통사들이 2019년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외치며 5G 요금제 가입을 종용해놓고 현재 정작 5G 요금제를 쓰면 가족에게 데이터를 보낼 수 없다거나 공유 범위를 너무 좁혀놨다는 지적이다.

2월 22일 오후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는 모두 여러 데이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한다.

업계 1위 SK텔레콤의 대표적인 데이터 공유 서비스로는 가족끼리 최대 80GB까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T가족모아데이터’가 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대표 회선(데이터 공유하기가 가능한 회선)으로 가입한 한 명이 나머지 가족 세 명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매달 공유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5G 요금제 이용자는 가입이 불가능하고 가족 모두 4세대 이동통신(LTE) 요금제를 써야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2019년 프로모션을 통해 ‘5GX 프라임·플래티넘’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가입을 허용했지만, 2020년 1월 1일부로 가입 혜택을 종료했다. 현재 5G 요금제 사용자라도 2019년 12월 31일까지 T가족모아데이터에 가입했다면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요금제로 변경하기 전까지는 계속 T가족모아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LTE 대표 회선 가입자가 5G 요금제로 상향할 경우 T가족모아데이터는 자동 해지된다. 대표 회선으로부터 데이터를 받는 가족 구성원이 LTE에서 5G 요금제를 상향할 경우에도 데이터 받기가 불가능해진다.

이 같은 사정을 모르고 LTE에서 5G로 요금제를 바꾸는 T가족모아데이터 가입 고객이 꾸준히 나오자 SK텔레콤은 아예 T월드 홈페이지 ‘자주하는 질문’에 “요금제 변경 시에는 기존에 받고 있는 혜택이 요금제를 변경할 경우에도 유지되는지 원장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고 변경해달라”고 명시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해 다량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에 “T가족모아데이터 계속 쓰기 위해 5G 대신 LTE 요금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 “계속 LTE 쓰게 생겼다”, “LTE 요금제로 바꾸고 T가족모아데이터를 신청했다” 등의 소비자 반응이 나왔다. 이는 정부와 국회에서 강조한 5G 전환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는 흐름이다.

SK텔레콤은 “T가족모아데이터는 LTE 요금제를 대상으로 하는 부가서비스이기 때문에 특정 LTE 요금제 가입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5G 요금제 초기에 약 6개월 정도 한시적 프로모션을 통해 5G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 T가족모아 가입 혜택 제공을 했었다”며 “현재 5G 요금제로 가입하면 서비스가 해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지인에게도 공유가 가능한 ‘T끼리 데이터 선물’을 운영 중이나 월 2회, 최대 2GB까지만 데이터 선물하기·받기가 가능하다. 가족 결합 및 대상 요금제 이용 고객으로 범위를 넓혀도 가족 간 월 6회, 가족 외 월 2회 등 최대 8GB만 보낼 수 있다.

다른 통신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KT의 경우 ‘Y박스’, ‘패밀리박스’를 통해 자사 5G와 LTE 고객이 가족과 지인에게 월 최대 2GB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 혜택은 크지 않으나 KT는 패밀리박스 이용 고객에게 이번달 박스에 담은 데이터를 다음 달 말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1개월 유예하는 ‘이월’ 혜택을 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5G과 LTE 고객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혜택인 ‘데이터 주고받기’를 운영하는데 가족과 지인 통틀어 월 2회 최대 2GB만 보낼 수 있다. 가족결합 상품 고객은 이에 추가로 2GB를 더 보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족끼리 한 달에 최대 60GB를 공유할 수 있는 ‘참 쉬운 가족 데이터’도 운영한다. 하지만 대표 회선은 무조건 5G 시그니처 요금제를 써야 하고 결합상품인 ‘참 쉬운 가족 결합’ 결합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는 현 상황에 대해 시정을 예고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 공유 문제에 대해 잘 들여다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한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고객에게 데이터는 개인 자산과 같은데 이를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이통사가 규제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아 시정이 필요하다. 현재 5G 시대 흐름에도 역행한다”며 “국회에서도 2023년부터 개인의 데이터 소유권 침해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과방위에서 활동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까지 더해져 가계통신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이통사들의 태도가 실망스럽다”며 “무조건 가짓수만 늘리는 통신 상품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가계통신비 절감 상품이 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IT조선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