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DX) 확산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사이버보안 분야 강소기업들을 소개한다.[편집자주]

“금융 산업에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핀테크(금융기술)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톤은 편리하고 안전한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길수(53) 아톤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아톤은 지난 1999년 설립된 핀테크 전문 보안 기업이다.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보안 솔루션 및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핵심 제품은 ▲스마트폰 기반 보안인증 솔루션 ‘엠세이프박스(mSafeBox)’ ▲일회용 모바일 OTP 인증 솔루션 ‘엠오티피(mOTP)’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사설인증 솔루션 ‘엠피케이아이(mPKI)’ 등이다.

우길수 아톤 대표./아톤 제공

아톤은 핀테크 제품을 내세워 약 260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대다수 시중 은행들이 아톤의 고객사다. 통신 3사가 선보이는 ‘패스(PASS)인증’ 기술을 제공하는 곳도 아톤이다. 패스 인증은 앱을 깔고 생체인증이나 6자리 핀번호로 본인인증을 하는 기술이다. 아톤은 지난해 매출 550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으로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우 대표는 계명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KG티지, 유라클, 드림시큐리티, KG모빌리언스 등을 거쳐 2018년 아톤의 솔루션사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약 20년간 핀테크 분야에서 활약한 경험을 토대로 은행권에서 전자서명 인증사업 인허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우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김종서 창업자와 각자 대표를 맡아 아톤의 사업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김종서 대표는 아톤의 해외 판로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우 대표는 “아톤은 최초, 최다라는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면서 “1999년부터 국내 최초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MTS) 서비스를 개발했고,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금융기관에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사설인증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사설인증서는 ‘액티브엑스(ActiveX)’를 설치해야 작동됐던 공인인증서와 달리 별도 프로그램 없이 적절한 보안 수준만 갖추면 공공 및 민간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은 우 대표와의 일문일답.

ㅡ사설인증서 개발 계기는.

“2014년쯤 ‘천송이 코트 사건’이 있었다. 당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여주인공 천송이의 코트를 사고자 하는 중국인들이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 몰렸는데, 액티브엑스에 가로막혀 구매를 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공인인증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후 2015년 초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통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됐다.

아톤은 이 같은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고 기술 개발을 통해 2016년부터 대형 은행사에 국내 최초로 사설인증솔루션을 구축했다. 2020년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서가 아예 폐지되자 전방위적으로 사설인증서가 확대됐다. 공인인증서 폐지 4년 전부터 사설인증서를 구축한 덕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후 마이데이터 통합 인증, 인증서 본인확인 솔루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ㅡ최근 3년 간 영업이익률 20% 달성 비결은.

“규모의 경제라고 본다. 아톤은 상품 및 솔루션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시장 초기부터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한다. 그 성과로 다양한 금융 기업의 보안·인증 서비스 구축 사업을 수주했고, 매년 라이선스 비용, 유지 보수 비용 등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고객사가 늘어나면 영업이익률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고객사는 늘어나고 있어 영업이익률은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는 기존 사업의 성장과 신규 사업 안착으로 영업이익률 뿐 아니라 영업이익 자체도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하이박스 제조업체 DSE 실적이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에 반영될 것이다. 자회사의 성장이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ㅡ준비 중인 신사업이 있다면.

“e-KYC(비대면본인확인) 시장을 겨냥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안면인증 관련 기술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단계이지만, 안면인증 기술과 함께 보안인증 기술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를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클라우드 기반 전자서명 인증솔루션도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사설인증서의 처리 방식도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보안인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클라우드가 프라이빗 환경과 퍼블릭 환경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퍼블릭 환경에서의 클라우드 전환이 더딘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퍼블릭 환경에서도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아톤은 이미 비대면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솔루션 및 서비스 사업인 AI 챗봇, 챗상담 솔루션 등을 퍼블릭 SaaS 형태로 제공 중이다. 앞으로 퍼블릭 시장에서의 역할을 확대할 예정이다.

챗GPT 등장으로 AI 사업이 발전하면서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성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출시한 보이스피싱 관련 솔루션 및 서비스를 올해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ㅡ해외 진출 현황은.

“지금까지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 모리셔스 등 총 6개 국가에 보안·인증 솔루션을 공급했다. 해당 국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초기 서비스 구축 외에도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매출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각 나라에 수많은 금융 기관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6개 국가의 고객사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지 파트너 및 제휴사와 PoC(실증사업) 등을 긴밀하게 진행 중이다.”

ㅡ아톤의 비전은 무엇인가.

“아톤은 ‘가장 쉽고 더 혁신적으로’라는 미션(Mission)을 갖고 있다. 지금껏 그래왔듯 남들보다 혁신적으로 편리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이고, 이를 위해 끊임 없는 시장분석과 연구개발 등의 실행 과정을 통해 회사가 성장한다는 의미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 제품을 고도화하고 고객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전자서명 분야에서 사설 인증으로 시작해 마이데이터 등으로 확장시킨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