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의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7일 사상 첫 파업에 돌입했으나, 파업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파업은 직원들이 단체로 일손을 놓는 총파업이 아닌 하루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노조는 집단 연차 사용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사측을 압박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삼성전자는 향후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집계에 따르면, 현충일과 주말 사이에 낀 징검다리 휴일인 이날 연차를 사용한 전체 사업부문의 직원 수는 작년 현충일 징검다리 휴일(5일)에 연차를 낸 인원보다 더 적다. 앞서 전삼노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2%인 조합원 2만8400여명에게 이날 하루 연차를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 DX(디바이스경험)부문 모두 작년 징검다리 휴일보다 더 많은 직원이 출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번 파업이 직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검토 중인 전삼노의 파업 계획을 비판하거나 전삼노 집행부의 비위를 주장하는 직원들의 글이 잇따랐다.

전삼노는 조합원 중 몇 명이 연차를 사용했는지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삼노 측은 “첫 연가 투쟁은 조합원 자의로 결정하자는 취지로 참여 인원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연가 투쟁은 우리의 최종 목표인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첫번째 절차로, 다른 방식의 파업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전삼노 조합원의 90%가량은 반도체(DS)부문 직원들이다. 지난해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낸 DS부문의 올해 초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로 책정된 데 따른 직원들의 불만이 이번 파업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삼노는 삼성전자가 현재 택하고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장 이날 파업에 따른 생산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생산 차질 없이 국내 팹(반도체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팹은 자동화된 생산에 크게 의존하고 최소한의 인력만 필요로해 이번 파업은 메모리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삼성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 점유율은 각각 46.8%, 32.4%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메모리를 공급했다. 그 중 국내에서 생산하는 D램 규모는 전체의 46.8%, 낸드플래시는 17.8%다.

외신도 삼성 노조의 첫 파업에 주목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번 파업은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삼성이 메모리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중에 발생했다”며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인공지능(AI) 붐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고객과 투자자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해 온 회사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시점”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파업은 삼성전자가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벌어졌다”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문의 적자로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고, 삼성보다 작은 경쟁사 SK하이닉스에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선두를 내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