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타이베이 국립 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대만은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산업 혁명의 알려지지 않은 영웅입니다. AI 혁명의 중심에 대만이 있습니다.”

대만을 방문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에 대만 빅테크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이에 화답하듯 황 CEO는 연설에서 대만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대만 공급망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엔비디아와 현지 테크기업들의 AI 협업이 강조되면서 현지에서는 “대만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타이베이 국립 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진행된 황 CEO의 연설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TSMC의 최고경영자(CEO) 웨이저자와 세계 최대 전자 제조업체 폭스콘의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을 비롯해 콴타 그룹, 페가트론, 위스트론, 미디어텍 등 대만 대표 기업을 이끄는 이들이 대거 참석했다. 청중 6500여명 사이에 자리 잡은 이들은 2시간가량 이어진 황 CEO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2일 오후 타이베이 국립 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진행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에 모인 청중들./엔비디아 제공

황 CEO는 “대만과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이 세계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대만 기업들과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TSMC는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AI 칩 대부분을 도맡아 제조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대만 주요 전자 업체들은 엔비디아가 관심을 두고 있는 디지털 휴먼 기반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실제 인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가상의 소프트웨어 인간을 의미한다. 황 CEO는 “AI의 다음 물결은 물리적 AI”라며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AI,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AI가 대만 제조업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전 세계에 공장 170여곳을 가동 중인 폭스콘이 최첨단 공장을 가상현실에 그대로 구현한 모습을 시연했다. 폭스콘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엔진인 블랙웰 HGX 시스템을 멕시코 공장 전체에 디지털 트윈으로 적용해 공정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폭스콘 엔지니어들이 가상 공장에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공정을 최적화하고, AI 로봇도 가상에서 훈련시켜 실제 서버 제조에 적용하는 식이다. 류양웨이 회장은 “새로운 수준의 자동화와 산업 효율성을 달성해 비용을 절감하고 연간 전력 사용량을 30%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폭스콘이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옴니버스로 구현한 가상 공장./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 서버를 생산하는 또 다른 대만 전자 제조업체인 위스트론 역시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엔비디아 AI와 3차원 가상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디지털 트윈 공장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통상적으로 5개월쯤 걸리던 공장 가동 준비 시간을 반으로 줄였고, 작업 효율성이 50% 이상 향상됐다고 위스트론은 설명했다.

연설 말미에 황 CEO는 “엔비디아 파트너들이 모인 대만에 있어 매우 기쁘다”며 대만 기업들을 추켜세웠다. 대만 현지에서 슈퍼스타로 통하는 대만 출신 황 CEO는 대만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주에도 황 CEO는 취재진에 “엔비디아는 대만에서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므로 이곳이 회사 사업의 시작”이라며 “대만은 계속해서 전 세계 과학 기술 산업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빅테크들도 황 CEO의 연설 후 일제히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나섰다. 웨이저자 CEO는 “TSMC는 업계 최고 반도체 제조 기술로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력해 반도체 혁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AI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제프 린 위스트론 CEO는 “엔비디아의 핵심 제조 파트너인 위스트론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 기술과 AI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놀라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배리 램 콴타컴퓨터 회장은 “엔비디아의 블랙웰은 단순한 엔진이 아닌 산업혁명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라며 “콴타는 엔비디아와 함께 차세대 생성형 AI 시대를 정의하고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