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재 기업 코닝이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 투자 50주년을 맞은 코닝은 국내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첨단 유리 제조 업체다.

반 홀 코닝 한국 총괄사장은 29일 서울 강남구 코닝 서울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리기판을 비롯한 건축 유리 사업 등 한국 사업 전략과 계획을 소개했다. D램의 웨이퍼 박막화 등 반도체 공정에 유리를 공급 중인 코닝은 반도체 패키징 공정의 유리기판 분야 진출을 위해 글로벌 업체들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리 소재를 기판에 사용하면 더 복잡한 설계가 가능해지고 전력 효율·내구성이 증가해 초미세 선폭 반도체 패키징 구현이 가능하다.

반 홀 코닝 한국 총괄사장이 29일 서울 강남구 코닝 서울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사업 전략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충남 아산에 연구개발(R&D)과 제조 시설을 모두 두고 있는 코닝은 유리기판을 국내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홀 총괄사장은 “코닝은 실제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유리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고객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특히 고성능 칩에 필요한 첨단 칩 패키징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패키지 기판으로 널리 쓰이는 유기소재 기판을 유리 기판으로 대체하면, 치수 안정성, 폼팩터 유연성, 기계적 특성 등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유리 기판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코닝은 또 지난해 한국에 세계 최초로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휘어지는) 글라스 제조 공급망을 구축했다. 벤더블 글라스는 휘어지는 유리 소재로,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용 유리 등에 쓰인다. 코닝은 삼성전자의 ‘Z폴더블’ 시리즈 휴대폰에 이 벤더블 글라스를 공급하고 있다. 코닝은 벤더블 글라스 공급망 구축을 포함한 첨단 제조 능력 확대에 2028년까지 총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한국을 글로벌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코닝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기업들이 모여있는 한국 시장을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 임직원 3000여명을 두고 있다. 홀 사장은 “아산 사업장에 있는 코닝 테크놀로지 센터 코리아는 코닝이 보유한 최대 규모 R&D 센터 중 하나”라며 “코닝 전사 차원의 대규모 R&D 네트워크의 일부분으로, 직접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면서 여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851년 설립돼 올해로 173년째를 맞이한 코닝은 1973년 삼성과 합작해 브라운관 유리 업체 삼성코닝을 설립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홀 총괄사장은 “코닝은 지난 50년간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했으며, 앞으로의 50년에도 수많은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다가올 50년도 한국에서 새로운 기술과 기회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