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엔비디아의 첫 슈퍼컴퓨터 DGX-1을 살펴보고 있다./일론 머스크 X 계정

“엔비디아의 H100 GPU(그래픽처리장치)를 10만개 사용해 현재 최대 규모의 GPU 클러스터보다 4배 이상 큰 ‘기가팩토리’를 구축하겠다.”

내년 가을까지 대규모 AI 슈퍼컴퓨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 xAI가 60억달러(약 8조17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AI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xAI는 머스크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대항해 작년 7월 설립한 곳이다. 오픈AI의 초기 창업 멤버이기도 한 머스크는 지난 2016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엔비디아의 첫 AI 슈퍼컴퓨터 ‘DGX-1′를 직접 전달받은 각별한 인연이 있다.

xAI는 27일(현지시각) 자사 블로그를 통해 시리즈B(스타트업 투자 단계 중 사업 본격 확장 단계)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자로는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세쿼이아 캐피털,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왈왈리드 빈 탈랄 등이 참여했다. 투자금은 슈퍼컴퓨터 구축과 xAI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xAI 측은 “곧 여러가지 흥미로운 기술과 제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xAI의 기업가치는 240억달러(약 32조6800억원)로, 오픈AI(추정 기업가치 680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AI 스타트업이 됐다.

이번 투자 유치로 xAI는 오픈AI와 경쟁할 AI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xAI는 작년 12월 대규모언어모델(LLM) 그록1을 기반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그록’을 내놨다. 그록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를 공개해 누구나 이용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오픈AI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인기도나 정치적 올바름에 구애받지 않고, 진리를 엄격하게 추구해 우주를 이해한다는 우리의 사명을 믿는다면 xAI에 합류해달라”고 했다.

머스크는 대규모언어모델을 개발하는 데 AI용 슈퍼컴퓨터 구축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그록2 훈련에 약 2만개의 엔비디아 H100 GPU가 필요한데, AI 칩 부족으로 이 모델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차기 버전인 그록3부터는 10만개의 H100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100은 개당 가격이 3만달러(약 4000만원)에 달하지만,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은 이 칩이 없어서 못 산다. 오픈AI는 초기 챗GPT 개발에 엔비디아 H100 등을 2만~3만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가 등장한 2022년 말부터 현재까지 AI 칩 부족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GPU 서버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어서다. 메타는 올해 말까지 H100 35만개를 확보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엔비디아 AI 칩 재고를 180만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 칩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수개월로 늘어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라며 “1년 내내 기다려도 제품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오픈AI는 AI 칩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MS와 1000억달러(약 134조6000억원)를 들여 AI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