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대(對)중국 수출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소환됐다. 미국 정부는 어플라이드가 한국 자회사를 거쳐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에 장비를 수출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분기 중국 매출 비중이 45%에 달했던 어플라이드가 이번 조사로 향후 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어플라이드가 수출 통제를 어기고 SMIC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한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어플라이드에 대한 미 상무부의 소환 요구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다.
SMIC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으로, 미국 기업들은 SMIC에 대한 수출 시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미 정부는 SMIC가 중국군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20년 12월부터 수출 통제 대상기업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수출 통제 외에도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규제 정책을 펼쳐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2022년 10월 16㎚(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내지 14㎚의 로직 반도체,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8㎚ 이하 D램 등의 장비와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굴기 최전선에 있는 SMIC에 대한 자국 기업의 거래를 규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SMIC는 미국의 규제에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7㎚급 첨단 반도체를 자체 개발, 화웨이가 선보인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시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1분기 SMI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6%(매출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 TSMC와 삼성전자 뒤를 이었다.
어플라이드는 최근 공시를 통해 “우리는 이 같은 사안들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이들 사안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이와 관련해 발생할 수도 있는 손실 또는 처벌 수위 등을 명확하게 추정할 수 없다”고 했다.
어플라이드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이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분기 어플라이드 전체 매출액 중 중국 지역 비중은 45%(약 30억달러) 수준이다. 두 번째로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인 한국(약 12억달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기업은 규제에 동참하도록 압박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어플라이드와 같은 미국 기업일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는 정책은 앞으로도 기조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매출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