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들이 잠행을 깨고 공개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CJ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13일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가상 서버) 등의 신사업을 앞세워 오는 2026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습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7월 유인상 대표 취임 후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VFX스튜디오, 스마트팩토리 등 스마트스페이스 분야 신사업 확대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에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1200억원대 스마트팩토리 대외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IT서비스 업계 ‘맏형’인 삼성SDS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SDS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용 AI 서비스 플랫폼 ‘패브릭스’와 협업 솔루션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브리티 코파일럿’을 발표했습니다. 브리티 코파일럿의 경우 글로벌 협업 툴과 다르게 한국어에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라는 게 장점입니다.
황성우 삼성SDS 사장은 “삼성전자가 AI로 스마트폰과 TV, 가전 영역을 혁신하고 있다면 삼성SDS는 기업형 업무의 초자동화로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SDS는 주요 AI 연구 및 개발조직으로 엑스테라랩(XTerra Lab)과 AI연구팀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문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행정 전용 생성형 AI 서비스를 선보였던 LG CNS는 올해 초 200여명 이상으로 구성된 AI센터를 꾸렸습니다. SK C&C도 지난해 하반기 약 160명 규모의 AI 조직인 G.AI부문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초 신사업 분야에서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롯데정보통신은 사명까지 바꿨습니다. 지난달 롯데이노베이트로의 사명 변경을 공식 선포한 것입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통해 롯데그룹을 비롯한 고객사의 디지털전환(DX)을 이끌고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라이프 플랫폼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동안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계열사의 기술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탓에 대부분의 매출을 내부 거래를 통해 거뒀습니다. IT서비스 기업들이 잇따라 공개 행보에 나서는 것은 대외 사업 비중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내부 거래는 그룹 상황에 따라 매출이 요동칠 수밖에 없고, 그룹 내 IT 인프라 구축이 끝나면 성장성을 담보할 수도 없습니다.
발 빠르게 신사업에 집중했던 기업의 경우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SDS의 경우 지난해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서 1조8807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약 30년간 삼성SDS의 주력 사업인 시스템통합(SI) 사업 매출(1조1514억원)을 처음으로 뛰어넘었습니다.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그룹사의 IT 인프라를 담당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뤄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신사업을 통해 대외 비중을 점차 늘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