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투자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2022년 10월 24일 국정감사)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했던 약속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최근 “1년 만에 계열사 수를 19개 줄였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는 비상장사들을 소수 정리한 데 그쳤다. 오히려 국내 상장사 수는 늘어나는 추세며, 비상장사 수도 감소하다 다시 증가하고 있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2023년 12월 기준 상장사 10곳을 포함해 비상장사 국내 128곳, 해외 80곳 등 총 218곳에 달한다. 2019년(113곳), 2020년(138곳), 2021년(194곳)에 비해 늘어났으며, 잠시 주춤했던 2022년(175곳)과 비교해 20% 가까이 증가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2022년 10월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문어발 확장에 대한 비판이 일자 “계열사를 100개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로 인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배려하도록 노력하겠다(2018년)”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엔 이제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2021년)”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투자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2022년)”라고 연이어 계열사 수 축소 의지를 밝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카카오가 최근 정리한 계열사들은 논란이 된 가족 계열사나 부동산 관리업, 내부거래가 이뤄지는 곳이었다”면서 “카카오그룹은 여러 스타트업을 거느리며 투자를 받고 IPO(기업공개)까지 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계열사를 줄인다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는 것과 상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계열사 전체의 자산총액 역시 증가세다. 지난 15일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기업집단 현황 자료를 보면, 카카오 계열사들의 자산총액은 2023년 말 기준 35조1270억원으로, 2022년(34조2070억원) 대비 증가했다.
카카오가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24년 상반기 기업집단 설명서’를 보면, 핵심 사업을 △IP-IT 결합 통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80곳)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중심 미래 성장 동력(7곳) △일상의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23곳)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다. 세 가지 카테고리에 포함된 회사는 총 110개사로, 카카오 기업집단의 대부분인 86%를 차지한다.
해외 계열사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3년 말 기준 해외 계열사 수는 80개로, 2022년(48개) 대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