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매출을 내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들이 신생 기업의 게임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올해 초 중국 캐주얼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위주인 대형 신작들 사이에서 신생 게임사들의 신선함이 통했다는 평가다.
2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출시된 전략 수집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리버스 삼국’이 29일 구글플레이 스토어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4일 출시된 넷마블의 대형 신작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과 지난달 말 컴투스가 선보인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는 리버스 삼국에 이어 2·3위를 기록했다.
‘리버스 삼국’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게임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더테크놀로지(옛 엑서지21)가 내놓은 첫번째 게임이다. 더테크놀로지는 지난 1987년 4월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으로 설립돼 2001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한창바이오텍이 전신으로, 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약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더테크놀로지가 경쟁하는 대형 게임사들의 매출 규모를 생각하면, ‘리버스 삼국’의 인기는 고무적이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으로 불리는 넷마블은 지난해 매출 2조5021억원을 기록했다. 게임 부문 매출이 발생하기 전이지만, 더테크놀로지의 지난해 매출은 159억원으로 7396억원 매출의 컴투스 대비 약 2%에 불과하다.
앞서 모비게임즈가 지난 18일 출시한 ‘별의 전쟁’도 23일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양대 앱 마켓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별의 전쟁’은 현재까지도 원스토어 인기 게임 순위에서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신작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를 이기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모비게임즈는 모바일 마케팅 애드테크 기업 모비데이즈가 지난해 3월 모바일 게임 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로, 게임 사업을 시작한 지 약 1년 밖에 안 된 신생 게임사다. 모회사인 모비데이즈의 지난해 매출은 239억원으로, 1조원이 넘는 카카오게임즈와 비교해 턱 없이 작지만 인기 경쟁에서는 카카오게임즈를 이겼다.
‘별의 전쟁’은 모비게임즈가 2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거쳐 출시한 게임으로, 별의 힘으로 탄생한 생명체들이 어둠과 혼돈에 맞서는 서사를 담은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전략 RPG 게임이다. 별자리를 모티브로 한 영웅들의 수집 및 육성, 고도화된 전략이 필요한 타워 디펜스 요소 등이 특징이다.
신생 게임사들의 신작이 인기 순위를 휩쓸고 있는 이유로는 신선함이 꼽힌다. 대형 게임사들이 집중하는 MMORPG 장르에 비해 신생 게임사들이 내놓는 신작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필요 없이 가볍게 즐기기 좋고, 소재도 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리버스 삼국’의 구글 앱 장터 리뷰에는 “과도한 과금이 없고 가볍게 즐기기 좋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생 기업들의 신작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주류인 MMORPG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다”면서 “중국 기업들의 캐주얼 게임들이 연초부터 국내 MMORPG 게임들을 제치고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