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올 1분기 2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특화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고용량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 비중이 늘어난 데다 부진했던 낸드 사업도 흑자전환에 성공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올해 1분기에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 증가해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734% 급증했다. 이는 증권가 추정치(1조8551억원)를 1조원 넘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1분기 기준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다음으로 높은 성적이다. 지난해 4분기 1년 만에 적자 터널에서 벗어난 뒤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AI 서버용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 결과”라며 “낸드 역시 프리미엄 제품인 eSSD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메모리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SK하이닉스는 내다봤다. AI 메모리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하반기부터는 일반 D램 수요도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시장에 쌓인 범용 D램 재고는 올해 소진될 것으로 봤다. 일반 D램보다 큰 생산능력이 요구되는 HBM 등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고객층을 확대해 가기로 했다. 또, 용량을 키운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기가비트)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회사가 강세를 이어온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낸드의 경우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 제품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SK하이닉스는 밝혔다. 회사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16채널 eSSD와 함께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QLC(쿼드러플 레벨 셀) 기반 고용량 eSSD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QLC란 낸드의 기본 저장 단위인 셀 하나에 4비트(bit)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구조다. 비용 대비 저장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에서 QLC 낸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 AI용 PC에 들어가는 PCIe 5세대 cSSD를 적기에 출시해 최적화된 제품군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객 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고, 이를 통해 HBM뿐 아니라 일반 D램 공급도 시장 수요에 맞춰 적절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팹(공장)인 청주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결정한 데 따라 투자를 늘려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 등 미래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HBM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세가 본격화됐다”며 “앞으로도 최고 성능 제품 적기 공급,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로 실적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