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로고./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도 중국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최근 재판매 업자 등 제3자를 통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을 확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수백개의 중국 입찰 문서를 분석한 결과, 중국 대학과 연구소 등 10개 단체가 미국, 대만 등의 업체들이 제조한 서버를 통해 엔비디아 첨단 AI 칩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입찰 문서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올해 2월 말 사이에 중국 정부 기관이 조달한 품목이 담겨있다. 즉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한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중국에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이 공급된 것이다.

중국이 엔비디아 칩 확보 경로로 사용한 서버 제조업체로는 미국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와 델 테크놀로지, 대만 기가바이트 테크놀로지 등이 거론됐다. 칩 판매자 11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인 소매상들로, 이들이 지난해 11월 수출통제 강화 이전에 비축해둔 물량을 사용한 것인지 그 이후에 확보한 물량을 사용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루트를 통해 칩을 구매한 중국 단체로는 중국과학원과 산둥 인공지능연구소, 후베이성 지진국, 산둥대, 시난대, 헤이룽장성 정부가 소유한 기술투자기업, 국유 항공연구센터, 우주과학센터 등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우리 협력업체들이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입찰자들이 사용한 제품은 수출 통제 강화 이전에 수출된 제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서버 제조업체들도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미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준수했다”고 밝혔고 델 테크놀로지는 로이터에 “보도에 언급된 중국 기관으로 칩이 공급됐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지만, 의혹에 대해 추가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만 기가바이트 측도 대만 법률과 국제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현재 부처 내 산업보안국에서 수출이 금지된 칩의 사용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유령회사 등을 통한 위반 행위를 포함해 신빙성 높은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