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정부는 지난달 13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령을 개정, 통신사의 공시지원금 발표 주기를 기존 주 2회(화요일·금요일)에서 매일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 이후 한 달간 통신 3사의 지원금 공시·전략은 이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 공시가 잦아질 경우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가계통신비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정부의 기대처럼 시장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2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35일간 평균 5회 공시지원금을 발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4회를, KT는 7회를 알렸다.

◇ 방통위 "지원금 공시 매일하면 번호 이동 경쟁"

조주연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지난달 13일 전체회의에서 "통신사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발표하던 지원금 공시를 앞으로는 매일 1회 가능하도록 변경한다"라며 "이 방안은 단통법을 폐지하기 이전에 사업자 간 번호 이동을 통한 경쟁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원금 공시가 주 2회에서 매일로 바뀌면 통신사는 빠르게 지원금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이는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공시지원금 발표 주기가 바뀐다고 지원금 전략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전환지원금(번호 이동 시 최대 50만원 지급) 정책으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제조사와 함께 부담하는 공시지원금을 추가로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은 단말기 출고가와 가입 요금제, 약정 기간에 따라 정해진다"라며 "공시지원금 발표 주기를 주 2회에서 바꾼다고 지원금이 늘거나 발표를 더 자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한 달간 통신 3사의 공시지원금 발표는 주평균 1회로 단통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과 차이가 없었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등 발표 요일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 통신 3사, 공시지원금 규모 비슷하게 유지

통신 3사는 공시 횟수와 함께 단말기에 지급하는 공시지원금 규모도 비슷하게 유지했다. 통신 3사는 지난달 15일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S24의 공시지원금을 48만~58만원으로 일제히 올렸다. 이는 이전과 비교해 지원금이 10만~11만원 오른 것으로, 통신 3사는 같은 날 동일한 규모의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갤럭시A15, 샤오미 레드미노트13 등 신제품에 대한 공시지원금도 동일하게 발표했다. 갤럭시와이드6·갤럭시퀀텀4(SK텔레콤), 갤럭시점프3(KT), 아이폰13(LG유플러스) 등 구형폰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올린 것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는 지원금 공시 정책으로는 경쟁 촉진이 일어나는 걸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굳이 지원금을 더 쓰면서 가입자를 뺏어오려고 할지 의문"이라며 "요금할인 등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