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에 따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용 AI(인공지능)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주력 AI 칩보다 성능이 안 좋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칩을 출시한 것처럼, 인텔도 최신 AI 칩에서 성능을 낮춘 제품을 내놓으려는 것이다. 인텔은 전체 매출의 약 27%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인텔이 최근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백서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9일 공개한 최신 AI 칩 ‘가우디3′ 기반 중국용 칩 2가지 제품을 오는 6월과 9월 각각 출시할 예정이다. 모델명은 HL-328과 HL-388으로, 이 제품은 가우디3와 유사하게 온 칩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포함하지만 대중 수출 규제에 따라 성능은 낮아진다.
업계는 인텔의 중국 수출용 칩이 엔비디아가 지난 1분기에 내놓은 중국 전용 칩 H20과 유사한 성능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인텔의 경쟁기업 엔비디아 역시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AI 반도체 사양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자, 성능을 더 낮춘 중국 수출용 칩을 잇달아내놓고 있다. 지난 1분기부터 H20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조만간 H20보다 성능이 낮은 또 다른 중국 전용 칩 L20과 L2도 출시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에 이어 인텔도 본격적으로 중국 수출용 칩을 내놓으면서 중국 AI 반도체 시장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IT 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중국이 인텔의 AI 칩에 열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미 제재 강화로 엔비디아 칩의 대체제를 찾아 나서면서, 화웨이로 일부 첨단 반도체 주문을 옮겨왔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시장 입지가 좁아진 사이에 화웨이 AI 칩의 수요가 급증했으나, 화웨이가 생산하는 AI 칩의 수율은 20% 수준에 불과해 수요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용 반도체를 내놓는 건 그만큼 중국 시장의 높은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 풀린 엔비디아 제품도 크게 줄어 AI 칩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텔의 중국용 AI 칩도 큰 인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