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삼성전자에 내준 인도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공세에 나서고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폰을 1만1000루피(약 18만원)에 내놓고, 인공지능(AI) 기능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을 3만1999루피(약 52만원)에 출시하는 것이다.
11일 인도 이코노믹타임스, 인디아TV, 폰아레나 등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리얼미는 지난 2일 5G 스마트폰 ‘리얼미 12x 5G’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인도에서 출시된 5G폰 중 가장 저렴한 1만1000루피부터 시작한다. 5000mAh 배터리에 6.73인치 풀HD+ 디스플레이, 120㎐ 주사율(1초에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프레임 개수)을 구현했다. 여기에 4GB 램, 128GB 저장공간을 제공해 30만~40만원대 삼성 갤럭시A 시리즈와 비슷한 성능을 갖췄다.
◇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 AP 탑재, 반값 프리미엄폰 내놔
중국 레노버 자회사인 모토로라가 지난 3일 인도 시장에 선보인 AI폰 ‘엣지 50 프로’는 삼성 파운드리가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7 3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를 탑재했다. AI 자동초점 추적, AI 이미지 노이즈 감소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2000니트(nit·1nit는 촛불 니트의 최대 밝기) 6.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144㎐ 고주사율을 적용했다. 샤오미·화웨이의 프리미엄폰과 맞먹는 성능이지만, 출고가는 3만1999루피(약 52만원)로 3분의 2 수준이다. 사실상 삼성 갤럭시S 시리즈에 맞먹는 성능을 절반 가격으로 판매하는 셈이다. AI폰의 핵심인 AP 성능은 차이가 나지만 갤럭시S24가 인도에서 7만9999루피(약 130만원)부터 가격대를 형성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5위를 깜짝 기록한 중국 트랜션의 자회사 테크노는 지난 2일 6000mAh 배터리와 최대 12GB 램을 탑재할 수 있는 게이밍폰 ‘포바 6 프로 5G’를 선보였다. 출고가는 1만4999루피(약 25만원)부터로 대다수 게이밍폰이 50만원부터 시작하는 걸 감안하면 반값 수준이다. 트랜션은 최근 인도 1위 전자제품 제조사인 딕슨테크놀로지와 인도 사업부 매각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도 현지 업체와 협력해 인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 2018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30만~50만원에 파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20만원대 초반에 팔았기 때문이다. 샤오미가 선두에 섰고 화웨이, 비보, 오포, 리얼미 등이 뒤를 따랐다. 이후 중국 업체들은 인도 시장을 석권했고, 2021년에는 중국 업체들의 인도 스마트폰 합산 점유율이 78%에 달했다.
◇ 삼성전자, 신제품으로 응수… 올해만 스마트폰 9종 선보여
삼성전자도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2019년 갤럭시J 시리즈와 ON 시리즈를 개편한 갤럭시M 시리즈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갤럭시M 시리즈는 30만~40만원대 갤럭시A 시리즈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가격은 20만원대로 책정했다.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내놓은 갤럭시M10은 1차 판매분이 3분 만에 매진됐다.
삼성전자는 M시리즈와 함께 중저가폰 A시리즈, 프리미엄폰 S시리즈·폴더블폰 Z시리즈 등 중저가폰과 프리미엄폰을 연달아 내놓는 투트랙 전략으로 인도 시장을 공략했고, 2020년부터 점유율을 조금씩 가져왔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되찾은 것도 투트랙 전략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삼성전자는 신제품으로 응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서만 중저가폰 신제품 3종을 추가로 출시하는 등 올해에만 스마트폰 신제품 9종을 쏟아내고 있다. 1만2999루피(약 21만원)짜리 초저가(갤럭시F15) 제품부터 7만9999루피(약 130만원)짜리 갤럭시S24 시리즈까지 제품군이 다양하다. 이달 출시한 갤럭시M15 5G, 갤럭시M55 5G는 20만~30만원대 저가폰으로 중국 스마트폰과 가격 경쟁을 펼치기 위해 인도 등 일부 시장에서만 판매한다.